TV 시청률이 보여주는 것들, 시청률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입력 2015-08-25 16:59
“시청률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같아요.”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배우 김수현이 맡은 신입 PD 백승찬이 한 말이다. 프로그램 성적표, 광고 단가를 정해주는 결정적인 참고 자료, 인기를 확인시켜주는 단적인 근거가 시청률이다. 시청률 1%는 50만명이 그 방송을 본다는 소리다. 10%는 500만명, 30%는 1500만명의 관심을 받는다는 뜻이다.

◇시청률로 알 수 있는 것들, 시청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현재 시청률을 쥐고 있는 이들은 주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젊은 층은 TV로 본방송을 보는 대신 인터넷(IP)TV로 ‘다시보기’를 하거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주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 취향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시청률 표를 보면 의외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세간에 화제가 되는 방송보다 50대 이상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난 17~23일 주간 종합 시청률(닐슨 집계)을 보면 ‘가요무대’(KBS·13.0%)와 ‘전국노래자랑’(KBS·12.9%)이 각각 9, 10위를 차지했다. 둘 다 ‘복면가왕’으로 화제몰이 중인 ‘일밤’(MBC·12.7%)이나 금요예능의 강자 ‘정글의 법칙 라스트헌터’(SBS·12.4%)보다 높다.

종합 시청률은 드라마가 꽉 잡고 있다.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24.5%·KBS)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0위권 프로그램 중 6개가 드라마다. 가요제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무한도전’(MBC·21.1%)은 시청률이 크게 뛰었다. 22일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공연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시청 행태가 급격히 바뀌면서 ‘국민 드라마’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시청률 50%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방송은 지난 2월 종영한 ‘가족끼리 왜이래’(KBS)가 마지막이었다. 케이블TV는 시청률이 2%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평가한다.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에 곱하기 3을 해서 지상파 시청률과 비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J E&M은 지상파와 케이블 프로그램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화제가 됐느냐에 따라 순위를 매겨 매주 발표한다. 주간 콘텐츠 파워 지수(CPI·Contents Power Index)다. 관련 뉴스 독자수와 SNS 등에 언급되는 횟수에 따른 순위다.

CPI는 시청률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10위 안에 7개나 된다. 가장 최근 CPI(8월 10~16일)는 ‘무한도전’, ‘일밤-복면가왕’, ‘용팔이’(SBS)가 1~3위를 차지했다. 2049세대의 인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과 광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높은 시청률은 기분 좋은 성적표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수익으로 직결된다. 시청률에 의해 광고 단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방송광고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선(先) 판매’된다. 예상되는 시청률 흥행 정도에 따라 광고 가격이 결정되는 셈이다. 채널, 시간대, 장르, 캐스팅 등이 영향을 미친다.

믿고 맡기는 방송은 주말연속극이다. 광고계에서는 주말연속극 시청률이 최소 20% 정도는 보장된다고 보고 있다. 주말극은 방송 광고 중 최고가인 회당 1300만~1500만원 정도에 팔린다.

선 판매 된다고 해서 그걸로 끝은 아니다. 광고 계약이 성사된 뒤부터 시청률이 본격적으로 중요해진다. 시청률이 예상보다 높으면 광고가 더 많이 따라붙는다. 기대치에 못 미치면 가차 없이 빠져나간다. 한 때 평일 미니시리즈는 주말극 수준으로 가격이 설정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예능이 드라마보다 시청률에 민감하다. 드라마는 일정 기간만 방송되지만 예능은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다. 시청률이 낮으면 얼마나 오래 했느냐와 상관없이 폐지되는 게 예능이다. 인기 예능은 주말극 수준으로 광고 단가가 정해진다.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회당 약 1200만원, ‘삼시세끼’(tvN)와 ‘정글의 법칙’(SBS)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계약 기간이 3개월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 회씩 계약 하거나 1~2개월 단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