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최고조일 때…軍, 사상자 속출 '최악사태'까지 대비했다

입력 2015-08-25 13:49

남북한이 25일 고위급접촉의 극적인 타결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관계의 새 국면을 열었지만 전방에서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팽배했다.

우리 군은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최전방 부대에서 사상자가 속출할 가능성에 대비해 혈액을 비축하는 등 응급 의무지원 체계까지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는 지난 22일 오후 5시를 기해 의무상황반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5시는 북한군이 최후통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의 시한으로 제시한 시점이다. 북한군은 우리 군이 시한 내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국방부 의무상황반은 과장급 간부 1명과 실무자 5명으로 구성됐으며 군의 의무지원 상황을 종합하고 보건복지부, 대한적십자사 등 유관기관과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앞서 국방부는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돼 긴장 수위가 높아지던 지난 13일에는 국군의무사령부에 32명으로 짜인 의료종합상황센터를 설치했다. 또 군 병원마다 외과, 내과, 마취과, 수술팀 등을 포함한 6∼9명 규모의 비상진료반을 편성하고 이들이 비상 대기 상태에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사상자가 예상 외로 많이 발생해 군 병원 수용 능력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군 병원과 가까운 민간 종합병원들이 부상자들을 수용하도록 조치했다. 국방부는 최전방 부대에서 한꺼번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수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적십자사 혈액원으로부터 혈액을 지원받았다.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도발할 경우에 대비해 백령도와 연평도 주둔 해병대도 인천혈액원의 혈액을 긴급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의 신속한 후송을 위해 최신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 헬기도 전진 배치됐다. 의무사령부 용인기지에 있던 수리온 헬기 4대 가운데 1대는 포천기지로, 다른 1대는 춘천기지로 옮긴 것이다. 군이 지난 5월 초 창설한 의무후송항공대에 배치된 수리온 헬기는 지난 4일 발생한 DMZ 지뢰도발 사건에서도 부상자 2명을 신속히 후송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국방부는 군 병원과 멀리 떨어진 서북도서 지역에서는 공군 HH-60 헬기, 육군 시누크 헬기뿐 아니라 소방방재청 헬기까지 부상자 후송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전방 부대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후송 중에도 응급처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DMZ 소초(GP) 간부들에게 ‘군 응급환자 신고앱’도 배포됐다. 이 앱은 교전 현장의 장병들이 스마트폰으로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와 실시간 교신하며 부상자에게 효과적인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이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식 도발을 걸어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