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는 무섭습니다. 품질이 비슷해도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면 가격이 몇 배 비싸더라도 그쪽으로 손이 갑니다. 패션 화장품 식료품 모두 그렇지요. 하지만 유명 브랜드나 비싼 제품보다는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게 현명한 소비자입니다. 지난 20일 진행했던 수딩 젤에 대한 국민 컨슈머리포트에서도 고가의 유명 브랜드가 얼마나 ‘허당’인지가 드러났습니다.
평가 대상 중 가장 싼 제품보다 30배나 비싼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수딩 젤이 꼴찌를 했습니다. 그것도 1위 제품이 받은 점수의 절반도 채 안되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프랑스식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프랑스 브랜드 클라란스 ‘에프터 썬 젤 울트라-수딩’(150㎖·4만원)은 최종평가에서 5점 만점(이하 동일)에 1.8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식물원료를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식물추출물이 많이 들어 있었으나 이에 못지않게 좋지 않은 화학성분도 많아 성분평가에서 1.6점이라는 최저점을 받았습니다. ‘태양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보디 젤’이라는 설명이 있었으나 피부진정 효과(1.2)에서도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흡수성(2.6)도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끈적임(2.2)도 가장 심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나마 보습력(4.2)에선 1위를 차지했네요. 하지만 보습크림도 아니고 수딩 젤이라면 진정효과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관심을 모았던 브랜드숍 제품 대결에선 미샤 제품이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미샤 ‘프리미엄 알로에 수딩 젤 95%’(285㎖·2500원)는 1차 종합평가에서는 2.4점으로 최저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가격을 공개한 뒤 이뤄진 최종평가에서는 3.2점을 받으면서 2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의 저자 최윤정씨는 “5개 제품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가격과 성분 위주로 점수를 주었다”면서 최종평가에서 미샤 제품에 5점을 주었습니다.
국내에 알로에베라 수당 젤 바람을 일으켰고 중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수딩 앤 모이스춰 알로에베라 92%’(300㎖·4400원)는 2.6점으로 최종평가에서 4위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끈적이지 않는 제품(3.6)으로 꼽혔으나 지속력(1.8)과 발림성(2.2) 항목에서 최저점을 받았습니다.
아! 아직 1위 제품을 안 알려드렸네요. 수딩 젤 평가에서 1위는 무명 브랜드 아로마티카 ‘95% 오가닉 알로에 베라 젤’(300㎖·9800원)이 차지했습니다. 4.2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천연유기농 제품임을 내세우는 브랜드답게 성분평가에서 5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현정씨는 “알려준 성분이 전부라면 유해한 성분이 거의 없다”면서 5점을 주었습니다. ‘알려진 성분이 전부라면’이라고 전제한 것은 제품 성분이 달랑 7가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평가자들도 이의 없이 최고점을 주었습니다. 다른 제품, 특히 클라란스 제품의 성분은 40가지가 넘었습니다. 방부제의 일종으로 나머지 제품에 모두 들어 있는 페녹시에탄올도 들어 있지 않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3위는 닥터 자르트 ‘더마 디펜스 수딩 젤’(200㎖·2만5000원)이 차지했습니다. 1차 종합평가에선 4.2점으로 1위에 올랐으나 성분평가(2.8점)에서 3위를 하면서 최종평가에서도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 제품은 발림성(4.2), 흡수성(3.8), 피부진정(4.2) 지속력(3.6) 항목에서는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국민 컨슈머리포트-수딩 젤 ③] 이번에도 또 명품의 굴욕
입력 2015-08-25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