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새벽 나흘째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은 북한의 DMZ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 혹은 유감 표명과 우리 군이 북한의 지뢰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놓고 피 말리는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대표단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무박 2일 협상을 벌였고, 같은 날 오후 3시30분 접촉을 재개해 무박 3일의 마라톤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북측은 협상과정에서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지난 4일 DMZ 내 지뢰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위기해소를 위해서는 북측이 우리 측 부사관 2명에게 큰 부상을 입힌 지뢰도발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이 요구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의 지뢰도발로 방송을 재개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태도 이전에는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매번 반복돼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 대표단은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였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흘째 대표단 회담과 수석대표 접촉, 정회를 반복하며 접점 찾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잠시 중단된 동안 본국에서 훈령을 받고 다시 회담에 임하는 과정도 반복됐다.
협상과정에서 핵심 의제인 DMZ 지뢰도발 사과와 확성기 방송 중단과 관련한 진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에서 연이틀 밤을 새워 논의했고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해 합의 도출 가능성이 주목됐다.
실제 남북 대표단은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재개된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도발 사과·재발방지책 마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대치하다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 합의문 문구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합의문안 도출까지는 양측이 초안을 제시하고 문안을 조율한 뒤 본국의 훈령을 받아 다시 조율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양측은 수차례 합의문 초안을 수정한 끝에 24일 정오께 북한의 DMZ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 혹은 유감 표명과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놓고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최종 문안 조율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지만, 북측이 돌연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고 협상도 진통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북측이 최종 합의문 조율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이날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남북 대표단은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황 이외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등의 남북관계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로는 우리 측에서 주장하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남한 이산가족 6만여명의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와 함께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의 문제까지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남북 대표단이 극적으로 합의문을 마련하면 핵심 의제인 지뢰도발 사과와 확성기 방송 중단 외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남북, 벼랑끝 끝장 협상...갈때까지 간다” 결렬 부담 커 합의문 가능성
입력 2015-08-25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