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에 넘어간 초등생”…택시기사 구출로 유괴 위기 모면

입력 2015-08-25 00:14
자장면의 유혹에 넘어가 유괴 위기에 처했던 초등학생이 택시기사가 기지로 구출됐다. 네티즌들은 천만다행이라며 택시기사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알코올중독 치료 중인 오모(49)씨가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술에 취해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생 A(10)군에게 접근해 “자장면을 사주겠다”고 환심을 산 뒤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들을 태운 택시기사 엄모(53)씨는 두 사람이 처음 부자(父子)지간으로 알았지만 오씨가 행선지를 말한 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이상한 낌새를 직감한 엄씨는 둘의 관계를 캐묻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 세례에 당황한 오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 이르자 A군을 택시에 남겨둔 채 그대로 줄행랑쳤다. 엄씨는 달아나는 오씨를 뒤쫓아 사는 곳을 확인한 뒤 A군을 인근 지구대에 데려다 주고 이 사실을 신고했다.

엄씨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탐문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같은 날 저녁 11시쯤 집에 혼자 있던 오씨를 붙잡았다. 경찰조사에서 오씨는 “다른 뜻은 없었고 그냥 집에서 함께 놀려고 그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씨를 미성년자약취유인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한편 택시기사인 엄씨에게 감사장을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감사장으론 부족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칭찬은 물론 포상도 받아야 한다” “좋은 택시기사 덕분에 유괴가 미수에 그친 듯” “아이의 부모는 평생 택시기사를 은인으로 생각해야 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