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미술 전파한 '빛의 작가' 한호 9월 브라질 트리오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

입력 2015-08-24 22:07
*9월 5일부터 열리는 브라질 트리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 작가가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트리오 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 한 작가는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아픔과 치유 과정을 회화, 미디어 아트, 설치 등 복합 예술에 담을 예정이다. 출품작은 비무장지대(DMZ)를 의미하는 ‘로스트 파라다이스’(Lost Paradise)다.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로 남남북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타천-로스트 파라다이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9월 5일부터 11월 26일까지 3D 작품 위주로 선보이는 트리오 비엔날레에는 야오이 쿠사마(일본), 아이웨이웨이(중국), 다니엘 뷔랭(프랑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가한다. 한국에서는 한호 작가가 유일하게 참가해 국제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비엔날레에 앞서 8월 28일 상파울루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선 한 작가가 함께한 가운데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컬리즘에 대한 세미나’가 열린다. 한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팔라초 뱀보에서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를 모았으며, 피해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전시 중이다.



*베니스에 이은 쾌거 한국 미술사적 맥락에서 의미

지구상에는 여러 종류의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또는 국제 교류 전시가 열리고 있고 문화교류의 측면에서 레지던시(Artist-in-Residence)의 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가 국제적인 플랫폼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끼고 그의 작품은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한호 작가의 잇따른 비엔날레 참가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수용한 근-현대미술에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 중에는 백남준, 이우환 등이 있었다. 그리고 모더니즘 미술의 터전이었던 유럽 특히 프랑스에 진출한 3세대에 걸친 한국 작가들도 세계화에 뛰어들었다. 50~60년대에 프랑스로 건너간 박서보, 방혜자, 이응로 등이 있다.

제1세대 작가와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에 따라 유학이 시작된 1980년대에 도불한 곽수영, 조택호 등의 제2세대 작가를 들 수 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세계화에 따른 유학과 이민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제3세대 작가들이 있다. 한호 작가도 마찬가지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하게 됐다.

약 2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미술의 글로벌리즘은 형성되었을까? 글로벌리즘이 표방한 이데올로기는 무엇이었을까?’ 세계화의 명목으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진정한 공존이었을까? ‘보편성’과 ‘세계화’라는 내면에 주·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호 작가의 작업은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세계화와 도시화의 공동체 의식이 요구되는 미술 제도를 경험했다.

‘공존’이란 한쪽의 문화가 흡수하는 방식이 아닌 작품을 통해 여러 문화를 느끼는 하나의 구조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주의는 초국가적인 맥락에서 특수성도 보편성도 아닌 그 어떤 것을 사유해야 하고 그것은 문화의 번역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호 작가는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와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실 세계에 알리다

이번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한호 작가가 선정된 계기는 알렉상드르 무루치 트리오 비엔날레 디렉터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감상하던 중 특별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 기존 제도권의 미술관, 비엔날레의 형식에서 탈피한 작품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정체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관 전시에서 ‘영원한 빛-동상이몽’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산(離散)을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 남북 분단의 현실, 전쟁고아 등을 표현했다. 10명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미디어아트와 국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모습이었다.

2015 평창비엔날레에도 세월호의 문제를 주제로 ‘비몽’이라는 신작을 발표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그 참사로 하늘에 별이 된 304명의 소년소녀들에 바치는 작품으로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공간을, 다른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상상의 공간이 되었다. 2015 트리오 비엔날레 출품작인 ‘Lost Paradise’는 영원한 빛 시리즈 중 하나로 한민족사에 있었던 전쟁의 피해, 그에 대한 절규,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 작품은 분단 상황 속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으며 전쟁 이전의 한반도의 평화를 회상하며 이상 낙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남북 DMZ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회화와 미디어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전쟁에 대한 징후와 성찰의 메시지는 낙원 산수의 이미지를 통해 전달된다. 남북 대치상황의 요즘을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전시된 한호 작가의 작품은 결국 ‘한국’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안부, 세월호 참사, 분단의 아픔은 결코 한국인이 아니고서야 처절한 아픔을 느낄 수 없다. 작가는 ‘우리에 속한 나’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예술인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는 세계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로 나아가는 그의 행보는 의미심장하고 뜻 깊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