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란서 대사관 4년만에 재개관…낙서 흔적 여전

입력 2015-08-24 20:48
영국과 이란이 23일(현지시간) 4년 만에 상대방 국가에 대사관을 동시에 다시 열었지만 지난날의 날선 대립의 흔적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무장관으로는 12년만에 테헤란을 찾은 필립 해먼드 장관은 주이란 영국 대사관 재개관 행사에 직접 참석해 “양국간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해먼드 장관은 이튿날인 24일에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한다. 양국은 여러 주요 분야에서 매우 상당한 정책상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라면서 경계심을 나타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3일 테헤란에서 열린 해먼드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화로 해결되겠지만 영국과는 다른 입장인 사안이 많다”며 “4년 전 주이란 영국대사관은 우리가 아니라 영국 스스로 닫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대사관은 2011년 11월 벌어진 이란 강경파 시위대의 영국대사관 점거 사건의 여파로 폐쇄됐다. 당시 이란 시위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영국이 동참하자 영국 대사관의 담을 넘어 순식간에 점령했다. 미국과 이란의 국교 단절을 가져온 1979년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를 찢고, 에드워드 7세 초상화에서 머리 부분을 도려냈다. 대사관과 대사관저의 큰 동상과 기념물은 산산조각이 났다. 특히 전날 대사관이 재개관했지만 점거 사태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 위에 쓰여진 ‘영국에 죽음을’이라는 글씨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