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회의 회장이 대표인 사회평론, 표절 혐의로 피소

입력 2015-08-24 17:32
출판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사회평론이 표절 문제로 소송에 걸렸다.

2002년 첫 출간된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씨와 출판사 책과함께는 “사회평론이 2012년 발간한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이하 용선생 한국사)가 131군데 서술 내용에서 ‘한국사 편지’를 참고하고 일부 윤문했다”며 “지난해 6월 사회평론과 필자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책과함께 유종필 대표에 따르면, ‘용선생’과 학생들이 등장해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용선생 한국사'의 서술 방식은 어머니가 자녀에게 읽어주는 투로 서술한 ‘한국사 편지’와 형식에서 유사할 뿐만 아니라 책 내용 중 베끼거나 일부 윤문한 부분이 상당하다. 책과함께는 ‘한국사 편지’ 1권 78쪽에 나오는 대목을 한 예로 들었다.

“고구려에서는 결혼하면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살았거든. 그런데 옥저에서는 반대로 신부가 열 살이 되면 약혼을 하고 신랑감의 집에 가서 어른이 될 때까지 살다가, 신랑이 신부의 몸값을 치른 다음 결혼을 했단다. 이런 풍습을 민며느리 제도라고 해.”

‘용선생 한국사’ 1권 230∼231쪽에서 비슷한 부분이 발견된다.

“고구려에서는 결혼하면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살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옥저에서는 반대로 신부가 열 살이 되면 약혼을 하고 신랑 집에 가서 살았어. 신부는 어른이 되면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가, 신랑이 신부의 몸값을 치른 다음 결혼을 했어. 이런 풍습을 ‘민며느리제'라고 불러.”

화자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도 유사성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살아남은 고조선 유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서 진번, 임둔군은 곧 없어지고 현도군은 서쪽으로 쫓겨났어. 낙랑군도 남아있다가, 결국 313년 고구려에게 멸망당했지. 자, 오늘 엄마가 들려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기로 하자.”(‘한국사 편지' 1권 67~68쪽)

“하지만 살아남은 고조선의 백성들은 한사군에 강력하게 저항했어. 결국 진번군, 임둔군은 곧 없어지고 현도군은 서쪽으로 쫓겨났단다. 제일 오래도록 남아 있던 낙랑군도 420년쯤 뒤인 313년에 고구려에게 멸망당했지. 자, 얘들아! 아쉽지만 고조선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야.”(‘용선생 한국사' 1권 205쪽)

표절 주장에 대해 사회평론 측은 “역사적 사실 자체의 표현이 유사하다고 이를 표절이라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평론은 출간 당시 일간지 광고에서 ‘용선생 한국사' 필진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남의 한 논술 전문 학원 강의를 수강해 집필 시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편지’는 출간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350만부에 이르는 대표적인 어린이용 한국사 통사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