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상 장기화 되나? …사흘째 마라톤 협상

입력 2015-08-24 16:53
사진=국민일보 DB

남북 양측은 한반도 군사적 위기 타개를 위해 24일까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장시간 마라톤 협상을 계속했다. 협상의 쟁점과 초점은 명백하다. 우리 측은 북측에 도발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북측은 심리전 방송 중단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관철을 위해 노력했다. 양측은 핵심쟁점에서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 때문에 전체적인 합의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현안에 대해선 합의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확고한 대북원칙론 속 협상 장기화도 감내=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단은 협상 사흘째인 24일에도 핵심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우리 측은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해선 북측의 명시적인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를 이어간 반면 북측은 여전히 대북 확성기 방송의 즉각 중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처럼 합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단호하다. 더 이상 북한의 급작스런 도발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는 확고한 대북원칙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번 반복돼온 도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며 협상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했다. 북측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확성기 방송에 대해서도 “사과가 없다면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목함지뢰 사건, 서부전선 포격 등 이달 들어 연달아 터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분명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치책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과거처럼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한 뒤 일시적으로 대화모드가 조성되면 북한의 시인이나 사과 없이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나 보상으로 긴장을 완화시키고, 이를 노린 북한이 다시 도발을 감행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도발에 이번에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달라지는 결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번 반복되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협상 장기화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대화는 계속, 일부 현안 진전 관측도=남북 대표단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북심리전 등에 대해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긍정적 기류도 엿보인다. 일단 북측이 장시간 계속되는 협상장의 판을 뒤엎고 나가지 않는 등 강한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양측은 우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양측 대표단은 대표단 회담, 수석대표(김관진·황병서) 회담, 정회를 반복하며 접점 찾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잠시 중단된 동안 양측의 훈령을 받고 다시 회담에 임하는 과정도 반복됐다.

협상 과정에선 이산가족 상봉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선 진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해 어느 정도의 합의점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합의문안이 완전히 도출되려면 초안 제시, 문안 조율, 본국 훈령 뒤 재조율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합의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

남북 대표단은 군사적 긴장 상황 외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등의 남북관계 현안을 폭넓게 다뤘다. 우리 측이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고,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의 문제 등도 포괄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마라톤협상이 계속되면서 남북정상회담까지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일축했다. 도발에 대한 사과 등은 물론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제안마저 북측이 수용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 언급이 나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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