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에 임하는 북한의 상반된 태도에 의문이 쌓이고 있다. 먼저 대화 제의를 했을 때만 해도 협상 조기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지만, 막상 본협상에 들어가자 진일보한 제안 없이 ‘사과 불가’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외 압박에 밀려 준비 없이 다급하게 대화에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선제적 제의’를 명분으로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수세에 몰린 북한이 궁여지책으로 대화에 나섰다는 정황은 북한 내부정세에서부터 감지된다. 김양건 북한노동당 대남비서는 직접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접촉을 제의해왔다. 협상 파트너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지목한 우리 측 제안도 15시간 고민하다 수락했다.
또 그동안 대화를 거부해 온 홍용표 통일부장관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등 ‘형식상’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그동안 ‘격’을 트집삼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것 치고는 이례적인 행동들이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로 가장 곤경에 처한 사람이 바로 대남 라인 책임자인 김 비서”라며 “먼저 통지문을 보내고, ‘격’을 맞추라는 우리 측 요구도 받아들인 건 북한 대남라인에 궁지에 몰렸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도 북한 수뇌부가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가뜩이나 악화된 북·중 관계 속에서 직접 경고까지 날아들자 버틸 도리가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겉으로는 남북 모두에 자제를 요청한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대한 경고였음을 우리 정부에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해왔다”고 했다.
반면 국제사회에 북한의 평화적 노력을 어필하며 명분을 쌓고, 협상 결렬 시 남한에 책임을 묻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핵실험 및 미사일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만큼 “우리도 대화를 원한다”는 면피성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먼저 대화제의를 함으로써 남측에 협상 성과에 대한 부담감을 떠넘기고,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으로선 대화 제의 자체가 목적이었던 만큼 협상 성과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협상 장기화 국면 역시 북한으로선 그 만큼 자신들의 ‘대화 성의’를 표현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조급함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왕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만큼 남한으로부터 획기적인 경제적 지원책을 끄집어내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여러 공식 문서 등에서 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구구절절하게 표현해왔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17일자 사설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도 많고 없는 것도 적지 않다…자력갱생의 의의와 생활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이 경우 남북간 협상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발판삼아 미·중 등 강대국을 끌어들여 ‘통 큰’ 지원책을 끌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북한은 왜 대화를 제의하고도 질질끌고 있을까
입력 2015-08-24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