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복싱협회(AIBA)와 갈등을 빚어 온 신종훈(26·인천시청)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은 24일 인천시 남구 문학복식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복싱 선수의 길을 접으려고 한다”며 “복싱 국가대표는 다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했지만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부당한 처우에 일방적으로 따르기를 강요하는 윗선의 강압에 현실적으로 살자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신종훈은 AIBA가 아마추어 복싱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AIBA프로복싱(APB)과 지난해 5월 계약했다. 신종훈은 이 계약서에 전국체전을 포함한 국내 대회 출전 불가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신종훈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APB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그 무렵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AIBA는 곧바로 계약 위반이라며 신종훈에게 1년 6개월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AIBA는 지난달 22일 신종훈에 대한 징계를 조건부로 해제하면서 손해배상금 5만 달러(약 5700만원)를 5000 달러(570만원)로 경감하고 APB 대회와 국제 대회 출전을 허용했지만 국내 대회 출전 불가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신종훈은 전국체전에만 나가게 해주거나 자신을 지원해 줄 스폰서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대한복싱협회에 했으나 협회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훈이 APB 경기를 모두 뛰었을 때 받는 대전료는 1년에 8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체전에 뛰지 못하는 신종훈을 받아 줄 실업팀이 없는 상황에서 이 대전료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먹고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자신을 후원해 줄 스폰서도 구하지 못하자 신종훈은 결국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했다.
신종훈은 “전국체전만 뛰게 한다면 APB 경기를 뛸 것이다. 하지만 AIBA는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며 “국가대표에서는 은퇴하지만 내년 AIBA 징계가 해제되면 그동안 저를 응원해 주고 이번 사태의 진실을 끝까지 믿어 준 분들을 위해 국내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는 복서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 국가대표 은퇴 선언
입력 2015-08-24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