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서 치열한 공방 예상

입력 2015-08-24 16:15
국민참여재판으로 넘어간 ‘농약 사이다' 사건의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피고인 박모(82) 할머니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인 측은 직접증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검찰과 변호인은 주요 쟁점들을 두고 배심원들의 눈높이를 맞춘 증거 공방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건 전날(7월 13일) 화투놀이를 하다가 A할머니와 싸운 게 범행 동기”라고 밝혔다.

또 “사건 당일(7월 14일) 박 할머니는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후 1시9분쯤 집에서 나와 전혀 간 적이 없는 A할머니 집에 들러 A할머니가 마을회관에 가는지를 미리 확인한 뒤 마을회관으로 이동해 살충제를 사이다 페트병에 넣었다”고 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검찰이 범행 동기, 살충제 투입 시점, 고독성 살충제구입 경로, 박카스 병의 피고인 지문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할머니가 70년 가까이 한마을에서 친구처럼 지내온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과 농지임대료 때문에 싸웠다지만 3∼4년전 일이고 10원짜리 화투를 치면서 싸움을 했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았고 확인됐더라도 살해 동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다.

여기에다 마을회관에 미리 가서 살충제를 넣었다는 점을 밝혀줄 목격자와 증거가 없는 점도 무죄 변론의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

검찰은 “박 할머니의 바지·상의, 전동스쿠터, 지팡이 등 모두 21곳에서 메소밀(살충제) 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고 밝혔다.

범인이 아니고선 이렇게 많은 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박 할머니의 집 울타리에서 메소밀 성분이 든 박카스가 발견됐고, 유효기간이 같은 9병의 박카스가 박 할머니 집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사건당일 파출소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난 뒤 마을회관에 돌아와 전동 스쿠터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메소밀 성분이 옷 등에 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진범이 스쿠터 손잡이에 살충제를 묻혀 놓았다면 박 할머니가 휴대전화, 방·스쿠터 열쇠 등이 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살충제 성분이 여러 곳에서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119구급대 블랙박스 영상, 마을이장 진술 등에서 박 할머니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했다.

농약 사이다로 인한 사고임을 피해자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박 할머니는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사이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 할머니는 살충제 사이다를 마신 B할머니가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오자 뒤따라 나왔다가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간 뒤 55분간 가만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마을이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닫아 놓은채 문 입구에 서 있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외에도 박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 5명이 마을회관 안에 쓰러져 있는데도 회관 앞에서 이웃 할머니의 손자에게 태연히 웃으며 “너거 할매 뭐하시노, 병이 나으면 놀러오라고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건 직후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경찰차 안에서 걱정스러워하는 신고자와는 대조적으로 환하게 계속 웃으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경찰차 블랙박스에 찍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은 B할머니를 따라 나갔다가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입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면서 사람들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할머니가 거짓말탐지기 검사와 행동·심리분석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한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박 할머니가 사건 당일 오후 1시9분쯤 집에서 나오는 장면이 마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할머니는 당일 오전 11시∼11시30분 집에서 나와 A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오후 2시께 마을회관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고령의 노인이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다 사고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