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들의 야유 속에서 뛴 제임스 맥클린의 소신… “이유는?”

입력 2015-08-24 15:06
사진=중계방송 화면 캡처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의 제임스 맥클린이 안방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역사 문제에서 신념을 지킨 행동이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반발로 이어지면서 소속팀 팬에게마저 환영을 받지 못했다.

맥클린은 23일 영국 웨스트브롬 허손스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홈경기에서 야유를 받았다.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달 미국 찰스턴 배터리와의 클럽 친선경기에서 영국 국가를 거부한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당시 맥클린은 영국의 국가 ‘갓 세이브 더 퀸’이 연주되자 고개를 숙였다. 동료들은 국기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맥클린은 거부했다. 이로 인해 영국 언론과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맥클린은 북아일랜드 출생의 아일랜드 국적이다.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아일랜드는 1937년 독립하기 전까지 400여년간 잉글랜드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북아일랜드의 경우 지금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영국을 구성하는 연방 중 하나로 남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오랜 반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클린의 행동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맥클린은 위건 애슬레틱 소속이었던 지난해에도 영국의 종전기념일을 자축할 목적으로 선수들이 유니폼에 부착한 붉은색 양귀비꽃 문양을 거부했다. 맥클린은 양귀비꽃을 1972년 데리에서 발생한 유혈사태 ‘피의 일요일’ 사건과 연관짓는 북아일랜드의 보편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양귀비꽃 문양을 거부한 이유를 위건의 데이브 웰렌 회장에게 직접 보낸 자필 편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맥클린은 이날 관중들의 야유 속에서 뛰어야 했다.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15분 리키 램버트와 교체됐다. 웨스트브롬위치는 첼시에 1대 3으로 무릎을 꿇어 시즌 첫 승에 실패했다. 영국 네티즌들은 여전히 맥클린의 행동을 놓고 찬반론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