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으로 끝난 다문화 태극전사” 강수일, 선수생활 최대 위기

입력 2015-08-24 14:26

도핑양성 반응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프로축구 강수일(28·제주 유나이티드)이 음주운전 바꿔치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힘들게 끌어올린 이미지는 한순간의 물거품이 됐다. 네티즌들이 그에게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경찰은 24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사거리에서 강수일이 음주운전 사실을 숨겼으나 이후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동승자 이모씨(28)가 운전한 것으로 꾸몄지만 결국 시인했다. 강수일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10%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강수일은 지난 6월 발모제를 사용해 도핑양성 반응을 보여 대한축구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자숙해야할 기간에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이제 축구선수 생명은 끝났다” “너무 실망했다” “다문화 선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 같다”며 그를 비난하고 있다.

올라가는 건 시간이 걸렸지만 내려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강수일은 인천 소속이었던 2010년 음주 후 행인과 시비로 임의탈퇴 당했다. 제주로 이적한 그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 14경기에서 5골 2도움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6월 초 슈틸리케호에 합류했다.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겠다던 그는 도핑파문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서 뗄 수밖에 없었다.

강수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다문화 선수에 대한 인식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실력이 있다면 혼혈 선수여도 정정당당하게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강수일은 보기 드물면서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강수일의 도핑파문 당시 박태환(수영)의 선례를 보지 못했느냐는 질타가 있었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김민구(KCC)가 음주운전 이후 부상으로 1년 만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그는 이번에도 그들의 눈물을 보지 못한 것일까.

강수일이 정말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남고 싶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한다. 이제 그가 어떤 말을 꺼내도 변명으로 들리는 상황이 됐다. 그는 협회나 구단 차원의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