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노출 허용하라" 뉴욕서 대규모 토플리스 시위

미국 뉴욕시가 가슴을 드러낸 채 호객 행위를 하는 ‘토플리스(topless)’ 여성들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자 23일(현지시간)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열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상반신을 모두 드러낸 채 맨해튼 콜럼버스서클에서 브라이언트 공원까지 행진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여성의 가슴은 친가족적(family friendly)’이라고 쓰인 피켓 등을 든 시위에 300여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여성의 가슴 노출을 통한 성평등을 주장하는 ‘세계 고 토플리스(GoTopless) 데이’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세계 60여개 도시에서 열린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로 기획됐다.

뉴욕의 경우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최근 타임스스퀘어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팁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이에 항의하는 성격이 더해졌다.

15개월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여한 테레사 크루도(22)는 “가슴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 주최 단체 ‘뉴욕 고 토플리스’의 네이딘 게리 회장은 “더블라지오 시장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냥 내버려두면 여성이 가슴을 노출하는 행위도 점점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위를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는 관광객, 행인도 많았다고 AP는 전했다.

네덜란드 관광객 파울 마르틴은 “가슴 노출보다 훨씬 더 고민할 것들이 많은데 왜 굳이 이 문제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욕시가 골머리를 앓는 것은 뉴욕의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가슴을 노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1992년 여성의 상반신 노출을 제한하는 것은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며 두 여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뉴욕주 항소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더블라지오 시장의 대변인인 캐런 힌튼은 WSJ에 “토플리스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관광객과 시민의 민원이 너무 많아 문제”라며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