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애교가 꿈틀꿈틀… “예능 러브콜?”

입력 2015-08-24 10:30
우사인 볼트가 결승전 시작을 앞두고 다가온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중계방송 화면촬영

‘번개’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는 긴장감이 가득한 순간에도 특유의 여유와 재치를 잃지 않았다.

볼트는 2015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전이 열린 23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출발선에서 자신에게 밀착해 촬영한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볼트는 얼굴을 가린 손을 펼치며 아이를 달래는 듯한 표정으로 장난기를 발산했다.

챔피언만 가질 수 있는 여유처럼 보이기도 했고, 육상스타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팬들에게 부린 애교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출발선에서 자세를 잡은 경쟁자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볼트는 출발선에서 늦었지만 점차 가속을 붙이면서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렸다. 9초7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우승했다. 볼트는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지금까지 차지한 메달 수는 금메달 9개를 포함해 모두 11개다.

SNS에서는 박장대소와 허탈한 웃음이 엇갈렸다. 육상팬들은 24일 SNS에서 “볼트가 카메라에 안구 테러를 가했다” “한중일 예능프로그램에 보낸 러브 콜이다”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도 우승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애교를 부린다”며 웃었다.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은 볼트에 0.01초 뒤진 9초80을 찍었다. 한 걸음 이상 벌어진 다른 주자들과 다르게 볼트를 거의 추격했지만 손바닥 한 뼘 가량의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게이틀린은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볼트는 경기를 마치고 “안정된 상태에서 스트레스 없이 경기했다”며 “내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