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하다 '거울에 비친 손'에 딱 걸린 전문 소매치기

입력 2015-08-24 09:17
감쪽같이 지갑을 빼내는 손기술을 자랑하는 전문 소매치기범이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손이 범행현장의 CCTV에 찍히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옷가게에서 쇼핑하던 여성이 지갑을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피해자가 지나간 지하상가 점포 주변 CCTV를 확보해 뒤지기 시작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강남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13만명을 훌쩍 넘고, 이곳과 연결된 지하상가는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계속된 CCTV 분석 끝에 범행 당일 피해자 옆에 딱 붙어 함께 옷을 고르던 한 여성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다만 지갑을 훔치는 장면이 담긴 결정적 증거가 없어 이 여성에 대한 심증만 갈 뿐이었다. CCTV에는 옷가게 손님들의 얼굴은 대부분 찍혔지만 얼굴 밑 손 부분까지 찍혀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경찰은 무릎을 쳤다. 손님들이 옷을 입어보고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설치된 가게 안 거울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온 것이다. 피해 여성의 큼직한 가방에서 번개처럼 지갑을 꺼내는 하얀 손이 거울 속에서 순간 포착됐다. 범행은 찰나에 일어났다. 경찰은 다른 CCTV로 이 손의 주인공인 소매치기범의 얼굴을 역추적하고 주변 상가 CCTV 70여대를 샅샅이 뒤져 동선을 추적해 소매치기 용의자로 유모(26·여)씨를 특정했다.

유씨는 범행 당일 자신의 명의로 된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를 사용했기에 경찰은 어렵지 않게 이달 12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원룸에서 유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붙잡힌 유씨는 “내가 훔치지 않았다”며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손이 찍힌 CCTV를 내밀자 결국 고개를 떨어뜨렸다.

유씨는 절도 등 전과 13범의 전문 소매치기범이었다. 소매치기로 수감됐다 약 2년 전 출소한 이후 계속 소매치기를 하거나 유흥주점 등에서 일하면서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근 유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