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사이의 ‘비공개’ 별도 접촉 사실이 알려졌다. 모니터링을 당하면서 수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훈령을 받았던 황 총정치국장이 비교적 자유롭게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빅딜’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도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명시적인 재발 방지 약속을 대화 진전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만큼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
두 사람 간 비공개 회동에서 북한의 사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잘못에 대한 사과 없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요구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항복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사과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수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는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고, 북한은 사과는 했지만 체면을 구기지 않는 묘책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관진 실장은 ‘도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명시적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버티면서 오히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즉각 중단만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북한 대표단의 태도는 이전과는 달랐다고 한다. 대개의 회담에서 서로 자신의 의견만 반복할 경우 북한은 결국 ‘결렬’을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딱히 할 말도 없는데 자리만 계속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엉덩이가 이처럼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며 “북한도 이번만큼은 무엇인가 얻어가야 하는 절박한 사정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과 한미 양국 군의 압박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관진-황병서 1대 1 독대 회담...중계 카메라 없는 곳서 빅딜 시도 가능성
입력 2015-08-24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