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목함지뢰 및 포격도발로 촉발된 남북 군사적 위기상황 해소를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날에 이어 23일 재개됐으나 밤늦게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했다. 양측은 북한의 포격도발 책임 인정 및 사과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사적 위기 속에서도 양측은 협상의 판은 깨지 않아 한동안 최고조로 치닫던 군사적 위기는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전날에 이어 고위급 접촉을 재개했다. 우리 측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담당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대표로 나섰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의 만남은 지난 10월 ‘인천 회동’ 이후 10개월 만이고, 남북 고위급 접촉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김 실장과 북한 군 서열 1위이자 권력서열 2인자인 황 총정치국장의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대리회담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홍 장관, 김 비서까지 포함한 남북 간 이른바 ‘2+2’ 채널이 앞으로 남북 대화의 주요 틀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남북 양측은 이틀째 접촉에서도 최근 군사적 대치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계속했다. 우리 측은 전날에 이어 북측의 지뢰 및 포격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이 없는 한 대북 심리전 방송은 중단할 수 없다며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자신들 소행을 부인한 채 최근 남북 긴장 고조의 원인이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방송에 있다며 심리전의 즉각 중단과 확성기 철거를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미 남북 고위급 접촉 이전부터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발생한 지뢰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해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을 전면 부인해 왔다.
양측은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차원의 교류, 우리 정부의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남북 고위급대화 재개 등 남북 간 현안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박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대로 이산가족 명단 교환 및 연내 상봉 등을 요구하고 북측은 대북 5·24조치 선(先)해제,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등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앞서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오전 4시15분까지 9시간45분간 밤샘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우리 군은 남북 고위급 접촉 진행 와중에도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북한군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북한군 역시 우리 군이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즉각 타격할 태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군은 평소보다 10배 정도나 많이 잠수함 활동 횟수를 늘려 보유 잠수함의 70%인 50여척이 현재 식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이들 잠수함이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활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미가 최대한 협조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nam@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판은 깨지지 않았다’ 남북 군사위기 최악은 벗어난듯
입력 2015-08-2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