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를 탈피한 미학적 성취.’
최근 맛집을 찾다 들르게 된 블로그에서 만난 수제버거 ‘케이번버거’에 대한 평이다. “프랑스의 번처럼 우아하게 부풀어 있지 않고/숨 죽여 있어도 할말을 하는 ‘빵’이고/ 고기는 담백하게 구워 낸 너비아니 같이/ 빵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재료와 어울린다.”
아무리 수제버거라 한들 지나친 예찬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입안에 고이는 침. 직접 맛보기 위해 지난 11일 그곳을 찾았다. 케이번버거는 요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경리단길 언저리에 있었다. 용산구청 옆쪽 길가에 자리 잡은 ‘케이번 버거’ 이태원점. 테이블 2개에 스탠드형 의자 10여개가 있는 단출한 햄버거집이었다. 군복을 입은 외국인 둘이 샐러드와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케이번버거의 인기메뉴로 블로그들이 꼽고 있는 케이번 베이컨 치즈 에그(1만3900원)를 주문했다. 바비큐, 토마토렐리시, 스파이시, 소스가 이렇게 세가지 있으니 그 중에서 하나 고르란다. 매콤한 햄버거라? 이제껏 먹어본 버거와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스파이시 소스를 골랐다.
햄버거가 나오는 동안 여기저기 붙은 사진을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벌써 TV ‘먹방’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연예인들이 이 집의 햄버거를 한입 가득 베어 문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메모도 눈길을 끌었다 ‘케이번 버거는 빵 소고기 패티, 3가지 소스를 매장에서 직접 만듭니다. 버거 세트 하나로 2인이~’
수제햄버거집이라도 빵까지 직접 만드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 햄버거를 갖다 준 직원에게 ‘정말 빵을 직접 만드느냐’고 물었다. 직원 대신 손님이 나섰다. 그는 “케이번 버거의 빵은 5시간 이상 발효시켜 만들고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면서 ‘빵만 구입할 수 없느냐’고 묻는 손님도 꽤 된다고 자랑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케이번버거홀딩스 대표이사 이충용.’ 손님이 아니라 사장이었다.
“우리 햄버거는 소화가 잘되고 맛이 담백해 노인 단골이 많습니다. 오후에는 수험생을 위한 간식으로 주문하는 학부모들이 줄을 서구요. 오래된 빵에 버터를 발라 굽는 빵은 입에서는 맛있게 느껴지지만 소화가 잘 안되지요.”
이 대표의 수제빵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는 동안 주문한 버거가 나왔다. 포장지를 벗긴 순간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 빵은 여느 햄버거빵처럼 빤질빤질하지 않았다. ‘2명이 나눠 먹어도 된다’더니 정말 반으로 잘라져 있어 버거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또 한 뼘 가까이 쌓아올린 여느 수제버거처럼 거창하지도 않았다. 물론 패스트푸드점의 인스턴트 햄버거보다는 두툼했다.
케이번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씹는 순간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빵은 부드럽고, 직화로 구웠다는 고기패티에선 묵직한 육즙이 나오고, 그리고 ‘어 이 게 무슨 맛?!’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맛이 혀에 느껴졌다. 익숙한 매운맛, 바로 고추장맛이었다. “스파이시 소스에 고추장이 들어 있느냐”고 하자 이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이 대표는 “케이번버거는 뉴질랜드에서 7년간 살았던 친지가 그곳에서 즐겼던 수제버거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해 만들었다”면서 “고추장과 김치 등 우리의 손맛을 버거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치버거를 시리즈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를 ‘슬로우 푸드’로 만든 케이번버거의 본점은 서울 용산구 백범로(삼각지)에 있다. “100년쯤 된 고옥을 손질한 본점은 집 자체가 구경거리여서 호기심 많은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케이번버거하우스에는 햄버거(9800~1만7500원) 외에도 한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는 푸짐한 샐러드(1만3900~1만4900원)와 다양한 레시피의 포테이토(7000~1만2800원)도 인기 메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맛집을 찾아서… 수제버거 케이번버거
입력 2015-08-24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