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속에서 남북간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성사된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이전과 미묘하게 다른 기조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상황에 대해 최근 발표한 성명이 남북한 중 북한을 상대로 자제를 촉구하는 데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외교가 일부에서 나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낸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성명에서 "우리는 관련 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접촉과 대화를 통해 현재 사태를 적절히 처리하는 한편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목에서 화 대변인은 '관련 측'을 의미하는 어휘로 '유관(관련) 방면(方面)'이라는 말을 썼다.
이는 중국이 통상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냉정과 자제를 촉구할 때 사용해 온 '각측'(各方·각방)과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어휘라는 것이 일부의 분석이다.
남북한 각각에 공히 자제를 촉구하기보다는 북한을 더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명은 뒤이어 '관련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이라는 대승적 국면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는 유관 각방(各方)이라는 어휘를 사용했는데, 이는 남북한을 모두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북한 측에 더 강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 영문판은 같은 대목에서 '관련 측'을 복수형 표현인 'relevant parties'로 명시해 남북한을 모두 지칭하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최근 북중·한중 관계의 변화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본다면 이번 성명이 외견상 중립적이지만 북한을 겨냥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23일 "(성명) 표현은 천안함 당시와 대동소이한 측면이 있지만 맥락이 달라졌다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을 겨냥한 측면이 대단히 강하며, 북한도 그것을 인지해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달 항일 전승기념행사를 앞둔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측에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 고위급 접촉의 향배에 동북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중국 등 주변 주요국들과 전방위적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현 상황과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 노력 등을 설명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中, 북한 기조 미묘한 변화 감지? “관련측 냉정·자제하라”
입력 2015-08-23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