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렸던 고정욱 작가가 ‘기국이 동화책’을 썼습니다…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8-24 00:00 수정 2015-08-24 01:11
이 사진 기억나시죠? 지난해 10월 저희 국민일보가 단독 보도한 초등학교 감동 레이스 사진입니다. 가을운동회 날 장애로 빨리 뛰지 못하는 김기국(13) 어린이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손을 잡고 함께 달려주는 장면입니다. 이 흐뭇한 스토리가 어린이 동화로 나왔다고 하네요. 24일 페북지기의 뿌듯하고 즐거운 초이스입니다.

휴가를 마치고 23일 회사로 복귀하니 제 책상 위에 우편물이 하나 놓여 있더군요. ‘내인생의책’이라는 출판사가 제게 보내준 책이었습니다. 응? 이게 뭐지? 문화부 출입이 아니니 제게 배달될 책이 없는데 말이죠. 뜯어보니 ‘꼴찌 없는 운동회’라는 제목의 어린이 동화입니다.

아, 이제 생각났습니다. 지난해 제가 썼던 기국이 사연을 담은 책이군요.

아시겠지만 지난해 기국이와 기국이 반 선생님 및 친구들이 보여준 감동의 레이스는 우리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의 제일초등학교 6학년2반에 다니던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어린이는 지난해 9월 가을운동회 때 같은 반 기국이와 함께 손을 잡고 함께 결승선으로 달렸습니다. 사진 속 친구들은 환하게 웃는데 기국이는 눈물을 훔치고 있네요.

친구들은 골인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기국이를 위해 멈췄습니다. 시합 전에 친구끼리 미리 약속을 했다고 하네요.

기국이는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어 키가 작습니다. 잘 뛰지도 못하죠. 당시 기국이의 부친 김대열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에서 “기국이는 친구들이 손을 내미는 순간 눈물이 펑펑 나더랍니다. 고맙고 미안해서요”라고 전했습니다.

친구들의 이런 멋진 모습은 이 학교 정희옥 선생님의 멋진 가르침 덕분이기도 합니다. 정희옥 선생님은 운동회 달리기 때마다 기국이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고 함께 뛰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멋진 선생님이 계시니 친구들도 기국이의 손을 잡은 것이겠죠.

용인제일초등학교 아이들의 멋진 레이스는 현장에 있던 다른 학부모들이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걸 저희 국민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나 다시 기국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책에는 운동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친구들이 기국이를 얼마나 아끼고 위했는지 담겨 있습니다.


앗, 그런데 이 책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네요. 바로 책을 쓰신 고정욱 선생님과 저와의 인연인데요.

저는 문화부 소속이었던 2011년 1월 고정욱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해 국민일보 연중기획으로 기부를 많이 하는 분들을 취재했는데요. 고정욱 선생님은 책 인세와 강연료로 번 수익을 기부해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분이시죠.

기억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고정욱 선생님의 책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2004년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돼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책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고정욱 선생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당시 고정욱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던 저는 주책없이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습니다. 어쩜 그리 감동적인 사연을 잘 말씀하시던지. 근데 그 때 절 울린 고정욱 선생님이 기국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셨다니.




절 울보로 만든 고정욱 선생님이 제가 눈물을 흘리며 쓴 기국이 사연을 책으로 쓰셨다니…. 살다보니 이렇게 기분 좋은 우연과 인연이 겹칠 수도 있네요. 독자분들께 좋은 소식 또 전할 수 있어서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꼴찌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기국이 파이팅! 고정욱 선생님도 파이팅!!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