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쟁점 집중 거론속 기싸움 계속

입력 2015-08-23 17:05
통일부 제공

남북 양측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따른 군사적 위기 타개를 위한 이틀째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타결을 시도했다. 핵심의제는 최근 군사적 대치상황의 책임과 원인에 대한 규명 및 재발방지 등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이다. 북한은 그러나 당초부터 지뢰 및 포격도발은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반발해왔다. 따라서 극적인 해법 도출까지는 막판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양측이 군사적 대치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면하게 됐다.

◇도발 채임소재, 사과 등 놓고 팽팽한 이견=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과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대남담당비서 등 북측 대표단은 23일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전날 10시간 가까운 마라톤협상이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 이은 2차 협상이다. 양측은 2차 협상을 앞두고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핵심 쟁점에 대해 여전히 남북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시급한 의제는 최근 군사적 위기를 불러온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남북 간 입장 차이가 큰 사안이라 여전히 견해를 좁히는데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현 상황 해소를 위해선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서부전선 포격도발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 역시 북한이 원인 제공자인 만큼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 이전에는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지뢰 및 포격도발은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군의 심리전 방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심리전 방송 중단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자신들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심리전 방송에 대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로부터 ‘방송 중단’ 특명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양측은 여전히 이들 쟁점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했다. 하지만 대화 의지를 양측 모두 표명했다는 점에선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이 중단되지 않으면 군사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시한(22일 오후 5시)이 지나서도 대화를 지속하면서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일단 피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 5·24조치 문제도 포괄적 논의=양측은 이밖에 전반적인 남북 관계 현안들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계속했다. 22~23일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의 의제는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 등 2가지로 분리됐다.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다시 꺼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제안하면서 연내 상봉 및 정례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 측은 또 향후 남북 고위급 대화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지난해 주창한 드레스덴 구상 및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인 남북 산림·하천공동관리, 문화유적 공동발굴, 모자(母子)보건협력사업 등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에 대한 대응카드로 우리 정부의 대북 5·24조치 선(先)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5·24조치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다.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조치는 북한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북한은 특히 이들 조건과 함께 남북 대화 다 단골메뉴로 들고나왔던 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도 재차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