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쪽 비무장지대(DMZ) 너머로 고사포탄을 발사한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한반도 정세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우리 군이 경계 수준을 최고로 올리자, 북한이 ‘준(準) 전시상태’ 선포를 맞불을 놨고, 남북 양측은 22일 ‘2+2’ 고위급 접촉에 전격 합의했다. 서로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북한은 무력시위를, 우리 군은 최고 경계태세를 지속중이다.
남북 간 군사적 대립의 발단은 20일 오후 3시53분 북한이 14.5㎜ 고사포탄 1발을 발사하면서였다. 대포병 레이더로 이를 감지한 우리 군이 상황 파악에 나서던 중 북한은 76.2㎜ 포탄을 군사분계선(MDL) 남쪽 710m 지점에 3발 발사했다. 북한 도발임을 확신한 우리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북한의 첫 도발이 있은 지 71분만인 오후 5시4분, 우리 군은 155㎜ 자주포탄을 군사분계선(MDL) 북측 500m 지점에 29발 발사했다.
오후 6시쯤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고 우리 군이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군은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같은 날 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준 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또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우리 측에 ‘최후통첩’을 해왔다.
이튿날인 21일 오전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포병 전력을 전진 배치하는 한편,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작전체제를 가동하는 동시에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 3군사령부를 찾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분위기가 급전환된 건 그날 오후 4시였다. 북측은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접촉을 제의해왔다. 우리 측은 2시간만인 오후 6시쯤 대화상대로 김 비서가 아닌 군부의 1인자인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요구하는 수정 통지문을 전달했다.
이후 한동안 답이 없던 북한은 22일 오전 9시35분쯤 황 총정치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우리 측 요구를 수락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동시에 황 총정치국장과 김 비서가 대화에 나오니 남측에서는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라고 다시 수정 제의해왔다. 김 실장은 오전 11시25분쯤 이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냈고, 1시간20분 뒤인 낮 12시45분 북측이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내면서 결국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성사됐다. 북한의 첫 접촉 제의에서 20시간45분이 지난 뒤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긴박했던 사흘, 극적 반전에 반전 거듭한 남북관계
입력 2015-08-23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