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와중에서 양측 군은 서로 최고 경계태세

입력 2015-08-23 16:59
국민일보DB

이틀째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된 23일에도 양국 군은 서로 최고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채 일촉즉발의 대치를 지속했다. 우리 군은 대북 심리전을 지속하며 언제든지 대응타격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했다. 북한군 역시 평소보다 10배 이상 잠수함 활동을 늘리고 포병병력을 다시 증강하는 등 경계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3일에도 중단되지 않았다. 지난 4일 발생한 북한군 지뢰도발에 대한 보복조치로 시작된 것인 만큼 남북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는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또 현재 11곳에서 운용 중인 고정식 확성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이동식 확성기도 일부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또 북한이 확성기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대응 준비도 완료했다. 전 전선에 배치된 아서-K, ANTPQ36/37 등 대포병 레이더 가동시간을 늘리고, K-55 및 K-9 자주포 등 원점 타격이 가능한 화력을 전진배치 했다. 비상대기 전력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방 사단 및 군단 별로 북한군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방안을 점검하는 훈련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군은 북한군이 서부전선 이외의 지역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포함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는 해군 군함을 증강배치해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또 정찰기 정찰횟수를 늘려 북한 지역 감시정찰도 강화하는 한편, 공군 전투기의 공대공 및 공대지 전투 대비태세도 상향했다. 군 관계자는 23일 “우리 군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대비해 북한이 어떤 형태로 도발하든지 현장 지휘관을 중심으로 신속·정확·충분하게 대응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역시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동·서해 전역의 해군기지에서 평소보다 10배 가량 많은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한 사실을 파악했다. 군은 이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 압박 혹은 회담 결렬을 대비한 추가도발 사전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구축함과 P3-C 해상초계기를 중심으로 해상경계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전선에서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군 포병이 회담 제안 이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며 “명령만 내리면 즉각 사격이 가능한 상태로 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 포병부대의 갱도 밖 사격훈련도 계속됐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지난 21일 전방 지역에 내린 ‘준전시상태’ 명령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