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에서 대화로? 전망

입력 2015-08-23 16:58
남북 관계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반전되고 있다.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전쟁 직전’까지 상승됐다가, 최고위급 회담 성사로 도발 문제 해결 뿐 아니라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이룰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을 발판으로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폭침 이후 5년 가까이 지속돼온 ‘꽉 막힌’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북한의 대화와 협력을 제안하며 관계 반전을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북한이 대화 제의는 외면한 채 줄곧 군사 대치 일변도로 나와서였다. 북한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판문점 채널 전면 중단 등을 선언하며 위협을 가해왔다. 표면적으론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 등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이유 삼았다. 하지만 속내는 앞서 이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94호 대북 재제에 대한 만장일치 결의에 대한 항의와 이명박정부부터 이어져온 대북 강경책을 의식한 의도적인 흔들기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어 북한은 남북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고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개성공단은 6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재가동됐지만 이후에도 일방적인 최저임금 인상 선언 등으로 파열음이 지속됐다.

남북간 협의 채널은 계속 무산되거나 어렵게 성사되더라도 성과가 나지 않았다. 남북은 2013년 6월 12~13일 서울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개최를 하루 앞두고 난데없는 ‘격’ 문제를 들어 이를 취소했다. 북한은 수석대표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내세우면서도 우리 측 대표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요구했다. 우리가 이를 거부하고 김남식 통일부차관을 대표로 내보니자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우리 측 노력에도 지난해 2월 단 한 차례만 성사됐을 뿐 추가상봉은 모두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말 뿐인’ 대화 제의를 내놓으며 우리 정부를 기만했다. 북한은 지난해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를 맞아 국방위원회 명의로 상호 비방·군사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중대제안’을 하거나, 올 초 공화국 정부 성명을 내고 남북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요구마저 불응하면서 명분을 쌓는 데만 이용했다. 오히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잇단 군사도발 등으로 우리 정부 흔들기에 혈안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번에 북한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제안하면서 성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남북간 최고위급이 대화의 장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모든 현안을 일괄 타결하긴 어렵겠지만 후속 논의를 위한 단계적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소한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선에서 남북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번 ‘2+2 접촉’이 비정기적 회담으로 지속된다면 최상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서도 이번 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