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오후 4시38분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사실을 보도했다. 이보다 10분 앞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 소식을 전했다. 남한 언론이 관련 소식을 보도한 지 1시간30여 분만이다. 그동안 북한 매체 행태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빠른 보도다. 더 주목할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한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 동지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가 22일 오후 조성된 현 사태와 관련해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접촉을 가지게 된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 언론은 우리 정부를 남조선, 남측으로 부르거나 심한 경우 남조선 괴뢰, 괴뢰패당, 역도 같은 ‘막말’까지 동원해 지칭했다. 바로 전날만 해도 북한 매체는 남한을 ‘남조선괴뢰’라고 표현했다. 북한 매체가 남한을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로 보도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뿐이었다. 그나마 ‘남조선 당국’이라는 중립적인 호칭을 쓴 것도 남북관계를 ‘적대’에서 ‘공동 번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 직후와 미전향장기수를 돌려보내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김영삼정부 초기 정도에 그쳤다.
북한 언론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서 보도를 마지막으로 쓰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다시 꺼낸 것은 일차적으로 남북 간 긴장상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이번 접촉을 ‘국가 대 국가’의 만남으로 의미를 부여해 더 큰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는 예측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측이 우리 공식국호를 사용하며 예를 갖춘 것은 현재의 긴장상황을 타개하는 것 외에 양측 관계 정상화 등 포괄적 현안을 논의해보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북한 언론 이례적 대한민국 호칭
입력 2015-08-23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