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熹·기쁨) ★★★★☆
로(怒·화남) ★★☆☆☆
애(哀·슬픔) ★★☆☆☆
락(樂·신남) ★★☆☆☆
평: 내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허공에 붕 떠버린 그 말.
감각적인 영상의 향연이다.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겁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변한다는 설정은 판타지적 감성을 마구 자극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영화가 말하는 ‘뷰티 인사이드’란 무엇인가?
주인공 우진은 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 병을 앓고 있다. 남녀노소 종잡을 수 없다. 때로는 외국인이 되기도 한다. 단, 외형이 달라져도 정체성만은 변함이 없다. 처음엔 절망스러웠지만 다행히 이 생활에 점점 적응한다. 이수(한효주)를 만나기 전까진 별 문제가 없었다.
가구점에서 일하는 이수를 사랑하게 된 우진은 잘생긴 남자로 깨어날 때까지 몇날 며칠을 기다린다. 드디어 때가 왔다. 사랑고백을 하고 난 뒤 3일간 잠을 자지 않고 평범한 데이트를 즐긴다. 하지만 깜박 잠들었다 깨니 여지없이 대머리 아저씨가 돼있다. 한동안 이수 앞에 나타날 수 없었다.
가구점 인턴으로 들어간 우진은 이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용기를 내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수는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우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의 내면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전개는 예상가능하게 흐른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바라봐야 한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에서부터 주창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곳곳에 이와 배치되는 지점들이 보인다.
한효주와의 로맨스는 왜 전부 미남 배우들의 몫일까. 박서준 이진욱 서강준 이동욱 김주혁 유연석이 중요한 멜로신을 이어간다. 이에 반해 김대명 배성우 김상호 조달환 김희원은 연결고리 역할에 그친다. 곁가지에서 웃음을 첨가할 뿐이다.
이런 질문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왔다. 백종열 감독은 담담히 인정했다. 그는 “저도 후반 작업하면서 느낀 부분”이라며 “무슨 말씀인지 따끔하게 잘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적 설정이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주제의식과 직결되는 설정은 좀 더 세심했어야 했다.
더구나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우진 역을 연기하는 21명의 배우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때 무엇을 고민했던 걸까. 외형적 어울림과 미적인 완성도만을 고려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수년간 CF계에서 이름을 날린 백 감독은 본인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소품 하나부터 빛의 쓰임새까지 꼼꼼히 신경 쓴 화면들로 126분을 채웠다. 도전에 가까웠을 21인1역 설정을 무리 없이 구현해낸 점은 높이 살만하다. 유연석의 내레이션을 넣은 게 주효했다.
돋보이는 이는 역시 한효주다. 특유의 분위기가 역할과 딱 들어맞았다. 연기적인 면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상대역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감정선을 놓치지 않았다.
우진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친구 상백을 연기한 이동휘도 인상적이다. 능청스러운 감초연기로 웃음을 안긴다. 분량만큼은 남자배우 중 단연 최고. 우진을 연기한 여러 배우들 각각의 역할도 컸다.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다. 오늘은 여기까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미남만 사랑해? ‘뷰티 인사이드’의 모순… 감성퀸의 이성적 리뷰
입력 2015-08-22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