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나오는 황병서, 北 서열 2위… 국방장관 집무실에 사진 걸려

입력 2015-08-22 16:44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국민일보 DB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고위급 ‘2+2’ 회담에서 북측 입장을 표명할 인사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리 측은 2시간 뒤 “김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오라”고 통보했다. 국가안보실장과 대담할 인사로서 대남 부서 책임자는 ‘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긴박한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바로 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국장의 지위 및 권한은 우리 국방부장관의 사무실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황 국장의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두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해 3성 장군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국방위원)과 한 장관이 국회에서 주고받은 문답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8월 국방위원회에서 송 의원은 한 장관을 상대로 “김관진 (전) 장관께서는 북한 인민무력부장 사진을 사무실에 갖다 놓고서 매일 쳐다보곤 했다”며 “장관님은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때 한 장관은 “지금도 그대로 걸려 있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지금은 북한 누구의 사진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김정은, 황병서 사진이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그것을 쳐다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이런 황 국장은 지난 4월부터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실질적인 북한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등에서 노출된 화면을 보면, 황 국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지난 6월에는 황 국장이 김정은 제1비서보다 앞서 걷다가 스스로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몸을 빼는 장면도 공개됐다.

황 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나오는 판문점 고위급 접촉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 때 이뤄진 남북 고위급 만남과 비슷한 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국장과 김 비서는 지난해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당시 우리 측에서 이들을 만난 인사들 중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