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겉으로는 치킨게임 물밑으로는 만나자”

입력 2015-08-22 15:45
사진=국민일보 DB

북한의 포격 도발 시사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청와대가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2 고위급 접촉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0일 포격 이후 계속 고조되던 국민들의 긴장은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오후 3시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현재 진행 중인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해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접촉을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러한 접촉을 북한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4시쯤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 비서와 우리 측 김관진 실장의 만남을 제안해 왔다. 우리 측은 2시간 뒤 “김양건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접촉에 나오라”고 수정 통지문을 발송했다.

우리 측의 수정 제안을 받은 북측은 하루를 지나 22일 오전 9시30분쯤 “황병서 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가 나오겠다”고 밝혀 왔다. 북측은 이때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장관이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측은 이러한 수정 제안을 받아들여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만남을 가질 것을 제의했고, 북한은 이를 수용해 결국 극적인 고위급 접촉이 합의됐다.

지난 20일 오후 북한이 육군 28사단 예하부대 인근 야산에 포격을 감행한 뒤 남북 긴장은 고조되기만 했었다.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기조를 고수하자 북한은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대응하며 ‘22일 오후 5시’를 방송 중단 시한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일선 군사령부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라” “선 조치, 후 보고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군을 독려했다. 북한이 긴장을 격화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우리 측에 먼저 만남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자 북한이 결국 강력한 한·미 군사대응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