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생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가 유전자를 통해 자녀에게 옮겨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이첼 예후다 박사가 이끄는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병원 연구팀은 나치 수용소에 억류돼 고문을 당했거나 2차 대전 기간 숨어 살아야 했던 32명의 유대인 남녀의 유전자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들 유대인 자녀의 유전자를 2차대전 기간 유럽 이외 지역에서 지낸 유대인 가족과 비교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장애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후다 박사는 “자녀에게서 나타난 유전적 변화는 부모의 홀로코스트 체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생물정신의학'에 실린 연구 보고서는 환경적 요인이 자녀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세대간 후성 유전’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DNA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인식이지만 개인의 생활 스타일과 습관에서 비롯된 ‘화학적 표지'(chemical tags)가 DNA에 부착되어 작은 차이(변화)를 초래한다.
DNA에 부착된 화학적 표지가 자녀에게서 나타난다면 이는 흡연,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요인이 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유전적 특성이 유전자를 통해서만 획득된다고 믿고 있어 ‘화학적 표지' 이론은 여전히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전진이 기자 ahbez@kmib.co.kr
"홀로코스트 생존자 트라우마 자녀들에게도 유전"
입력 2015-08-22 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