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성잡지 ‘맥심’이 여성을 납치·살해하는 정황을 연상시키는 화보로 표지를 삼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맥심걸 콘텐스트에서 우승한 모델 정두리가 맥심 표지 사진 촬영을 거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두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 맥심걸 컨테스트의 우승자로서 올해 잡지의 표지사진을 촬영하기로 되어 있다”며 “이번호 커버를 보며 맥심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에 유감이 더욱 깊어졌고, 표지모델로서 출연하는 것이 스스로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강간 살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심은 이번 이슈(여자들은 나쁜남자를 좋아한다?)와 커버를 통해 폭력을 미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시선을 가진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맥심은 오는 24일 발간 예정인 9월호 표지 사진으로 영화 신세계와 올드보이 등에서 악역을 연기한 배우 김병옥의 범죄 느와르 콘셉트 화보를 제작해 공개했다.
사진은 납치와 살해, 사체유기, 출소 등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됐다. 배우 김병옥이 청테이프로 칭칭 감은 여성 모델의 하얀 다리와 구형 각진 그랜저 트렁크를 배경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맥심은 배우 김병옥이 눈빛만으로 섬뜩한 그림을 그리는 유일무이한 존재감이 있는 배우로 ‘Bad Guy’s Bible’을 표방하는 맥심 표지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진짜 악, 진짜 나쁜 화보를 그리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아울러 맥심은 청테이프를 감은 하얀 발목의 주인공은 여자 에디터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온라인 곳곳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한 네티즌은 “납치와 살해 유기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 캐릭터 콘셉트에 맞게 찍은 것이라는 말이 무섭다”며 “맥심의 기본 모토가 젊은 세대에게 개성적이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인데 범죄사진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라는 뜻 인거냐”며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도 “성범죄를 나쁜 남자 콘셉트로 활용한다는 것은 범죄이며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화보”라고 지적하며 편집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배우를 표현하기 위한 콘셉트에 불과하다는 반론을 제기한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영화 속 폭력 장면과 비교하며 “영화 속 폭력장면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화보는 범죄라고 주장하는 건 이중적인 것으로 내가 좋아하면 로맨스요 내가 싫으면 불륜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네티즌도 “배우의 캐릭터를 관통하는 이미지의 화보 일 뿐”이라며 “불쾌하면 사지 말고 보지 않으면 된다”고 옹호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맥심걸 정두리 “성범죄 연상 표지 유감, 촬영 않겠다”
입력 2015-08-22 13:25 수정 2015-08-22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