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색채처방소’·‘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거래’의 저자 오일구의 신작 ‘나는 권총이다’가 발간됐다.
전통색의 비밀을 쫓는 후손들의 암투를 그리거나 태양에 맞선 어느 눈사람의 모험을 다루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정신 강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오일구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의 세 번째 작품 ‘나는 권총이다’에도 그의 독특한 문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에는 감정도 판단력도 없는 쇳덩이에 불과한 권총을 의인화했다. ‘나는 권총이다’에서는 권총의 냉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
이 소설은 미국의 무기 공장에서 조립되어 한국의 전쟁 속으로 빨려 들어온 어느 권총의 참혹한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쟁 이후 권총은 60여 년간 우리의 역사와 함께 흐르면서 각 시대의 이슈가 되었던 사건 속으로 흘러들어가 살인을 저지른다. ‘나는 권총이다’의 모든 장면은 권총의 시선으로 흘러가기에 그 어떤 소설보다 참혹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에 휩쓸린 사람들의 참혹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기에 깊은 슬픔을 남기기도 한다.
‘나는 권총이다’는 권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흑백논리가 개입하지 않은 냉정한 시선으로 평화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총이 흘러 다니고 있는 세상과 총을 쥔 범죄자들에게 노출된, 이 땅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신간 소개] 권총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사… ‘나는 권총이다’
입력 2015-08-21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