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북한의 아킬레스 건

입력 2015-08-21 16:08

북한이 20일 경기도 연천군 인근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서 포격도발을 감행한 것은 우리 군 대북 확성기 방송 때문이었다. 그만큼 대북 심리전 방송이 북한군에겐 ‘아킬레스건’이었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수도 없이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을 문제삼아왔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중단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우리 군이 지난 10일부터 재개한 대북 방송에는 두 종료의 확성기가 동원됐다. 아날로그 방식의 고정식 확성기는 전체 전선 11곳에 배치돼 있다. 가로 4m, 세로 3m의 500w급 고출력 스피커 48개가 한꺼번에 달려있다. 낮에는 청취 가능 거리가 반경 10㎞에 이르고, 잡음이 적은 밤에는 24㎞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 기상상황에 따라 개성과 토산 등 황해도 남부지역까지 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북한의 조준타격을 피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다니는 이동식 확성기도 있다. 고출력 스피커 50개가 달려있고 낮에는 20㎞이상, 밤에는 30㎞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송출된다.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돼 먼 거리에도 정확하게 전달되고 기상영향도 받지 않는다. 군은 전달효과가 좋은 밤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방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방지역 북한장병들의 동요 가능성이 커서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지도층의 부패상 등이 자주 방송되고, 북한의 거짓 홍보를 반박하는 내용도 적지 않아 병사들에게 북한 사회 자체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한다는 것이다. 남북 체제 차이를 부각하는 내용도 북한으로선 치명적이다. 우리군 확성기는 성능이 좋아져 민간인 거주지역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주민들마저 북한 체제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셈이다.

확성기 방송의 효력은 이미 검증됐다. 1990년대 심리전 담당이었던 한 예비역 대령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일 일가 비판 내용이 나오면 북한군은 사격태세에 돌입하는 등 난리를 치지만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 병사들이 진지에서 나와 배회하거나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확성기로 방송되면, 북한군 병영에선 일제히 빨래가 거둬들여지기도 했다. 대북 방송을 듣고 귀순하는 사례도 있었다.

때문에 북한은 남북 군사회담이 열릴 때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사정사정했다. 2004년 군사실무회담에선 방송중단 대가로 우리 측이 김일성 동상, 김정일 찬양 구호를 철거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은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을 정도다. 당시 회담에 참가했던 국방부 관리는 “김일성 동상까지 없앨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며 “최고 존엄 동상을 없앨 만큼 우리 확성기 방송을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을 반증한 사례”라고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에도 당분간 확성기 방송은 계속할 계획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