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 보험설계사인 싱어송라이터 조크라테스(43·본명 조정훈)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 원빈군, 초등학교 4학년 딸 이빈양과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알콩달콩 살아간다. 7년 전 이혼을 하고 ‘부부학교’에서 자퇴하기 전까지는 그도 1인 4∼5역을 훌륭하게 해낸 가장이자 행복한 전도사였다.
그는 믿지 않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학창시절 꿈은 목회자였다. 강원도 화천 사창리가 고향인 그는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신학생이 되면 학비를 다 대주겠다’는 한 장로님의 호언장담을 믿고 광주로 내려갔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그는 91년 공군하사관에 자원해 풍찬노숙 신세를 면했다.
4년 6개월간 군복무를 하는 동안 조씨는 틈틈이 인터넷으로 독학사 강의를 들었다. 95년 제대한 이듬해 독학사로 국어국문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쁜 색시를 만나 98년에 결혼한 조씨는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2년 광신대신대원 신학연구과를 졸업했다. 96년부터 12년간 5개 교회에서 은혜로운 찬양을 지휘했다.
사회활동도 열심히 했다. 2006년 보험회사 메르츠화재에 들어가 보험설계사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억대 연봉을 받고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다. 그해 7월엔 극동방송이 주최한 제15회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에서 금상과 작곡상을 받았다. 10월엔 7회 CBS창작복음성가제에서 금상 작곡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2008년 딸 이빈양이 다섯 살 때 ‘부부학교 동반퇴장’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받자 찬양사역도 계속할 수 없었다. 싱글대디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이혼 후 4년은 ‘마늘과 쑥으로 연명하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빠라는 학교’에서 만큼은 우등생이 되려고 안간힘을 다해 기도하며 매달렸다. 홀로 남매를 키우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삶을 보는 방법을 배운 그는 본명 대신 페이스북 친구가 붙여준 예명 ‘조크라테스’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틈틈이 쓴 곡들을 다시 모았다. 2년 전 가요 ‘꿈이 나를 깨운다’를 출시한 조씨는 지난해엔 딸과 함께 첫 CCM앨범 ‘예수가 먼저요’를 타이틀곡으로 ‘나는 기도를 쉬는 죄를 범치 않으리 Remember’라는 음반을 출시했다.
우는 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맹세도 했다. 한 신문에서 일본군 종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읽고 눈물을 펑펑 쏟은 것이 계기가 됐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을 위로하고 ‘미안하다’는 말은 전하고 싶어 ‘미안해요, 사랑해요’ 프로젝트를 2년 전 시작했다. 조씨는 생존해 있는 50여명의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도 다녀오고,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도 찾았다. 이 프로젝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공연을 진행한다. 녹음과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은 모두 조씨 사비로 충당했다.
광복 70주년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에는 서울 마포구 홍대 공연장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최덕신과 정원진, 전 해바라기 멤버 등과 CCM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서 조씨는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3가지 뮤직비디오 증 첫 번째 작품 ‘눈물소녀’를 딸과 함께 불렀다. 두 번째 앨범 ‘나는 조선의 소녀였다오’는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아픔과 눈물을 표현한 것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담아 이르면 올 가을이나 늦어도 내년 봄에 발표할 예정이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프로젝트는 음원 제작 뿐 아니라 각 지역 사람들이 보내온 관련 사진과 영상을 모아 내년 3·1절에 발표할 작정이지만 앞당겨 질수도 있다.
4년 전 페이스북 공동시집 ‘희망에 입맞춤’을 낸 그는 내년엔 첫 개인 시집도 출간한다. 내후년에는 아들과 딸이 쓴 글과 함께 에세이를 펴낼 생각이다. 이어 ‘조크라테스가 만난 사람들’(가제) 스토리도 펴낼 계획이다.
10월 말에 나올 음반 ‘골방의 기도’(가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조씨는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엄마 없이 남매를 잘 키우고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부 공연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 조씨 부녀를 만났다. 유관순 열사 복장을 한 딸에게 “아빠가 딸 바보 맞냐”고 물었더니 이빈양은 한 쪽 눈과 코를 찡그리며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그냥 바보 아빠예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아빠 조크라테스의 얼굴은 웃음범벅이 됐다.
윤중식 기자
찬양 전도사는 왜 조크라테스가 됐을까
입력 2015-08-23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