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크리스천 로드… ‘여기가 클럽이야? 교회야?’

입력 2015-08-23 19:38

“홍대 가자”는 20대 청년들에게 “클럽에서 춤추자”라는 말로 통한다. 30대에게는 “젊게 놀아보자”는 것이다. 40대 이상에겐 “젊음을 구경하자”이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는 라이브클럽과 카페가 100여 곳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밴드는 1000여 팀으로 추산된다. 지하철 홍대입구, 상수역, 합정역을 잇는 삼각벨트 약 3㎢의 1일 유동인구는 20만 명 안팎. 그중 70%가 20대이다.

이 청년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작은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이들이 있다. “20대의 복음화율은 3% 정도이다. 홍대 앞을 지나지 않고는 ‘땅 끝’(행 1:8)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아 이곳을 목회지로 정했다.” 예배당 없이 홍대 주변 전체를 교회로 삼고 있는 송준기(38) 웨이처치 목사의 얘기이다. 본지는 21까지 홍대 앞 기독교 문화공간과 교회를 돌아보고, 지도 ‘홍대 크리스천 로드’를 만들었다.

여기가 클럽이야? 교회야?

홍대 클럽거리의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블루라이트 라이브홀’. 매일 밤 젊은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제법 유명한 라이브 공연장이다. 매주 일요일 이곳은 블루라이트교회(bluelightchurch.com)로 변한다. 교인은 주로 20대다. 예배 형식도 찬양-설교-찬양 형태로 간소하다. 예배 시간 중 찬양은 클럽의 밴드공연이 연상된다. 청년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교회는 청년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나기 위해 올해부터 인디밴드 경연인 ‘런인디’를 진행한다. 송창근 목사는 2009년 홍대 거리에서 건물 전체가 술집인 4층 바(Bar)에서 교회를 시작, 이태 뒤 소극장이던 공간을 인수했다. 2012년엔 신촌 랜드마크교회를 개척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사람이다.’ 이 교회 사명 선언문의 일부다.

웨이처치(blog.naver.com/waychurch)는 주소가 없다. 회사 휴게실, 카페, 공연장…. 홍대 전역을 예배 장소로 사용한다. 장소가 바뀔 때마다 송 목사는 블로그에 알림 공지를 남기고 사람들은 모인다. 송 목사는 ‘교회 안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을 원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로 만드는 데 주력한다.

2012년 웨이처치를 세운 송 목사는 개척 첫 해 청년 5명과 성경 공부를 했다. 6주차 ‘핍박에도 기뻐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게 했다. “한 청년은 늦은 밤 홍대 거리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방탕하고 술취하지 말라’며 전도하다 욕을 먹고, 다른 한 청년은 마을버스에서 복음을 전하다 기사님에게 쫓겨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이 이태원 웨이처치를 세워 운영 중이다.”

웨이처치는 “예수가 길”(요 14:6)이라는 성경 말씀에서 따왔다. 그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청년을 먼저 전도해야한다는 생각에 ‘홍대 목회’를 하게 됐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내 커피를 사준다

합정역에서 가까운 2층 양옥집. 나눔문화 플랫폼 카페 허그인 입구에는 ‘우리는 나눕니다. 그냥, 좋아서’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한동대 졸업생들이 2013년 나눔을 실천하기위해 만든 공간이다. 허그인에는 특별메뉴 ‘허그인 터치’가 있다. 허그인 터치를 주문하면 이전에 주문한 사람이 남긴 카드와 주문한 음료가 나온다(02-322-6489). 허그인과 가까운 곳에 ‘노PD네 콩 볶는 집(cafe.naver.com/nokongmusic)’이라는 카페가 있다. 기독교방송국 CBS PD 출신인 노희정 대표가 운영 중이다. 커피가 맛있고, 음악 선곡이 좋다는 평이다. 합정역 인근 예수가족교회(jesusfamily.kr)의 리폴드북카페는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홍대입구역에서 가까운 IVP직영서점 ‘산책’. 성경 공부 모임을 하기 좋다. 산책은 저자 초청 강연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쪽에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있다. 기독교학입문과정, 기독교학심화과정 등을 대부분 무료로 진행한다.

상수역 근처 노리터플레이스는 문화사역단체 ‘코드미니스트리’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인디밴드 공연, 전시, 벼룩시장,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매주 목요일 ‘아트오브워십’ 예배를 드린다. 백종범 코드미니스트리 대표는 “나는 스스로 홍대로 파송된 문화선교사라고 생각한다. 홍대에 오는 청소년들을 돌보고, 기독교 문화사역을 하기위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상수역에서 가까운 극동방송(seoul.febc.net)에는 아트홀,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갤러리에서는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미술 전시가 상시적으로 열린다. 카페 조스테이블(Joe’s Table)은 피칸파이와 애플파이 등 파이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교회 오빠, 누나의 든든한 인생 상담

좌절, 회의, 물욕, 허영, 아집, 불신, 곤고…. 이 땅에서 갖는 고통에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홍대 주변에는 이 이 고민을 나눌 곳도 있다. 상수역 근처 나의미래공작소는 젊은 크리스천이 예술과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다. 마커스미니스트리 설립자 김준영이 세웠다. 청년들이 교회 사역과 진로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공작소 프로그램 예학당(cartschool.kr)은 ‘예술이 예수를 만나다’라는 모토로 예술과 철학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돕는다. 2009년 3월을 시작된 이 강좌는 다음달 6일까지 10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문화 사역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에 있는 빅퍼즐문화연구소는 비영리 연구 공동체이다. 빅퍼즐연구소는 “인생이라는 순례에서 삶과 신앙의 퍼즐을 함께 풀길 원한다”고 소개한다. 청년들의 공부방이자 놀이방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 비평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문학, 성서, 심리 관련 강좌를 열고 소규모 토론을 진행한다. 근처에 기독교 뮤지컬 공연장 ‘인디팍’이 있다.

홍대입구 역 근처 러빙핸즈 초록리본도서관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청소년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심현아 간사는 “청소년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개그우먼 김지선은 매월 두번째 토요일 책을 읽어준다.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070-4676-5600).

합정역 근처 양화진책방(hongsungsa.com)은 기독교 출판사 홍성사의 직영서점이다. 서점을 방문해 30분 이상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면 홍성사 신간 도서를 받을 수 있는 ‘홍모양 이벤트’를 운영하다. 인근에 양화진선교사묘원과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church.org)가 있다.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수요성경공부’를 인도한다.

고승혁 김판 신훈 심희정 홍석호 조효석 최예슬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