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0일 남쪽으로 2차례에 걸쳐 포격 도발을 한 것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군은 이날 포격 도발 직후 총참모부 명의로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부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에 대한) 전면적 중대 도전"으로 규정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번 포격 도발의 원인임을 스스로 분명히 밝힌 셈이다.
북한군은 "오늘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오는 22일 오후 5시를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 시한으로 제시하고 추가 도발 위협까지 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북한군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무모한 도발을 걸어올 정도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민감하게 여기는 데는 방송이 체제붕괴 위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뿐 아니라 일기예보와 같은 유용한 정보로 북한군 장병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군 신세대 장병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려 체제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북한군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북측 확성기를 가동한 것도 소음을 일으켜 북한군 장병들이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하려는 고육책이다.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성능이 뛰어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는 고정식의 경우 출력을 최대로 하면 야간에는 약 24㎞ 전방까지 음향을 송출할 수 있다.
북한군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북한군은 작년 10월 경기도 연천군 지역에서 남측 민간단체가 쏘아올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포 10여발을 발사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도 중대한 체제붕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극도의 고립 상태에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든 대북전단이든 외부 목소리의 유입에 극도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최근 방송을 재개할 때 이미 예고됐다.
최윤희 합참의장도 지난 18일 최전방 일반초소(GOP) 부대를 방문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어떤 첨단무기보다도 적에게 더 심대한 타격을 주는 두려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군도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지 5일 만인 지난 15일 전선사령부 공개경고장에서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타격전'에 나설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대북 확성기 가동 10일만에 북한 고사포로 대응했다”
입력 2015-08-20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