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제작발표회, 출연진 하차 선언과 번복, 출연자의 PD 폭행 시비까지…
유례 없는 대형 사고들이 한 프로그램에서 발생했다.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 이야기다.
‘나를 돌아봐’에서 그룹 FT아일랜드 이홍기의 매니저로 출연 중인 배우 최민수가 19일 외주제작사 PD를 주먹으로 폭행해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민수는 이날 오후 촬영을 위해 경기도 양주 소재 캠핑장에 도착한 후 촬영 환경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최민수는 욕설을 하다가 의자를 발로 걷어찬 뒤 PD A씨의 턱을 주먹으로 때렸고, 피해자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 최민수 측은 “남자끼리의 사소한 갈등이었다”고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음날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피곤이 누적된 두 사람이 감정 싸움을 벌였고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으나 별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나를 돌아봐’는 지난 5월 임시 편성됐을 때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개그 그룹 옹달샘이 출연하며 화제가 됐지만, 그들이 과거 팟캐스트를 통해 여성 혐오 발언과 삼풍백화점 희생자 비하 등 막말 방송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프로그램도 몸살을 앓았다. 옹달샘은 정규 편성 이후 ‘나를 돌아봐’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7월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더욱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취재진 앞에서 출연자 중 가장 큰 어른인 김수미와 조영남이 갈등을 빚었다. 조영남은 김수미의 막말에 “이 자리에서 프로그램 사퇴를 선언한다”며 회장을 박찼다. 조영남 퇴장 이후에도 출연진을 향한 김수미의 폭언은 끝나지 않았다. 이 광경이 그대로 보도되며 첫 방송도 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위기설이 돌았다.
이후 김수미는 한 매체에 악성 댓글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고 앞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며 하차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고향인 전라도 군산과 자신을 관련지은 지역 비하성 악플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 머리를 삭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영남이 김수미에게 직접 쓴 사과와 위로의 손편지가 공개되며 두 어른의 다툼도 일단락됐다. 조영남과 김수미는 ‘나를 돌아봐’ 재합류를 결정했고, 제작발표회는 다시 열렸다. 제작진은 첫 방송에서 두 번째 제작발표회 현장을 공개했다.
당시 김수미는 조영남에게 “오빠 나 한번만 세게 때려줘”라며 사과했다. 또 몰래카메라 같은 상황을 노렸지만 조영남이 너무 진지하게 나오는 바람에 진심을 밝힐 순간을 놓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며칠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몰래카메라 해명 역시 이해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터진 폭행 시비에 “더는 못 보겠다” “이제 그만 좀 해라”는 등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를 돌아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논란 제조기’와 같은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된 출연진에게 이조차 기대하는 것도 힘들어진 지경이다. 심지어 이 모든 상황을 제어하지 못하는 제작진에게도 비난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제발 그저 기본만, 기본만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이제는 무리인 것일까.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김수미부터 최민수까지…‘나를 돌아봐’, 이제 그만 좀 하시죠
입력 2015-08-2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