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전승절 참석은 실리외교…열병식 변수

입력 2015-08-20 18:00
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키로 것은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외교지형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일은 물론 최근 중·일 관계의 변화 흐름, 다음 달로 예고된 미·중 정상회담 등 동북아 역내에서 이뤄지는 커다란 외교 이벤트에서 우리가 소외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집권 후반기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2개국(G2)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균형 섞인 실리를 추구한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전승절 참석으로 ‘실리외교’, G2와 연쇄정상회담=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임기 후반기 들어 처음으로 이뤄지는 정상외교다.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박근혜정부 들어 한층 가까워진 중국과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여기에 한·미 및 한·중 양자관계에서도 실질적 협력의 발전을 담보하는 ‘실익’까지 챙길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는 동북아 정상외교 일정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부쩍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중·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 정부의 공식초청을 그냥 흘려보낸다면 이런 흐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대신 참석시킨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과 균형을 모색한 결과라는 평가다. 다만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로선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당계 발표함으로써 미국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열병식 참석 여부 발표는 유보, 가능성은 높아=문제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군사퍼레이드)이다. 중국 정부는 열병식을 이른바 중국의 ‘군사굴기’를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경계하는 미국이 전승절 행사를 탐탁치 않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발표하면서도 열병식 참석 문제는 여전히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마당에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인 열병식에만 불참하는 확률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 이후 바로 거행되는 열병식 성격 상 박 대통령이 이 때만 별도로 행사장을 나오기도 어렵다. 이는 또 외교적으로 볼 때도 상당한 결례다. 결국 박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결정한 이상 행사 중 하나인 열병식에서 참석한다는 게 정상수순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전승절 기념행사가 따로 분리된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3일)이 아닌 전날(2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도 열병식에만 빠지는 것은 더 이상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동맹 근간으로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의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의 우방 중 전승절에 참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정부가 내심 불편해 하는 기류도 있다. 또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 유지를 위해 열병식 참석만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결국 청와대는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행사가 임박해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열병식 불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