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사랑한 할리퀸처럼... 범죄자를 사랑하는 '히브리스토필리아' 여성들

입력 2015-08-20 18:00
일주일마다 편지를 보내고, 정성스런 선물을 준비한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 군대 간 연인을 기다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노르웨이에서 77명을 학살한 연쇄테러범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6)를 사랑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브레이비크는 2011년 7월22일 노르웨이 오슬로와 우퇴이야 섬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폭탄·총기 테러를 벌인 극우 민족주의 테러리스트다. AF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브레이비크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고 있는 20대 스웨덴 여성 빅토리아(가명)의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빅토리아는 브레이비크가 2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시작한 2012년부터 4년간 150여통의 편지를 보냈다. 재판에서 맬 파란 넥타이도 선물로 보냈다. 브레이비크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2통의 답장을 보냈다. 나머지는 교도관에게 보안상 이유로 차단당했다.

빅토리아처럼 살인범 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증상을 범죄학에서는 ‘히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라 부른다.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커플 강도단의 이름을 따 ‘보니 앤 클라이드 신드롬’으로 부르기도 한다. 만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의 연인 ‘할리 퀸’도 비슷한 예로 꼽힌다.

노르웨이 주간지 모르겐블라데는 2012년 브레이비크가 수감된 후 1년 동안 800통 이상에 이르는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여성에게서 온 편지다. 재판 과정에서는 16세 여성이 편지를 통해 청혼하기도 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왔다”면서 “‘대도’ 조세형과 결혼한 중소기업 여성 경영인의 사례, 혹은 사형수와 결혼을 하거나 조직폭력배와 옥중 결혼을 한 사례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 교수는 “범죄자의 남성성에 끌리는 것과 딱한 처지에 대한 연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서 “동경심이나 모성애 등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