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 다문화 수용 자세 10년간 제자리”

입력 2015-08-20 16:10 수정 2015-08-21 15:43

한국의 다문화 수용성(受容性)이 지난 10여 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20일 오후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 정책의 현황과 과제'라는 심포지엄에서 "한국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수용성'이란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분석의 근거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를 제시했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세계가치관조사협회가 진행하는 이 조사는 1981년 시작돼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진행됐다.

최근 실시한 6차 조사(2010∼2014년)에서 한국 성인은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낀 비율이 34%로 전체 평균 19%보다 15%포인트 높았다.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은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과거 4차 조사(1999∼2004년, 34%)나 5차 조사(2005∼2009년, 36%)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44%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조사대상국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이는 5차 조사(38%)나 3차 조사(1995∼1998년. 39%) 때보다 악화한 결과다.

김 교수는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지만,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라며 "일련의 다문화 친화적 사회변동이 다문화 수용성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교육수준과 연령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이 6차 조사를 분석한 결과, 교육수준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다문화 수용성은 높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 2013년 고려대 SSK(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 연구단이 진행한 '다문화사회 관련 의견조사' 결과도 유사했다. 당시 조사는 전국의 19세 이상 70세 미만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김 교수의 분석으로는 대학 재학 이상 응답자의 다문화 수용성은 4점 만점에 2.96점으로 전체 평균 2.85점을 웃돌았다. 반면 고졸은 2.78점. 중졸 이하 2.51점에 그쳤다.

김 교수는 "교육이 직간접적으로 다문화 수용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학교 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다문화 수용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계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공동체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단일민족사관과 자민족중심주의에 기초한 교과과정 서술도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다문화교육학회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학계와 정부, 관련 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부향숙 한양대 다문화교육연구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다문화 교육은 세계화에 대응하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며 "청소년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승 한국방송통신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문화교육 전문강사의 기본 소양은 자신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강사양성 과정은 강사 자신의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일상적 태도를 점검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