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구두 네가 든 건 다 비싸네”…키썸·제이스 신곡 가사 뭇매

입력 2015-08-20 00:03
브랜뉴뮤직

래퍼 키썸이 19일 정오 제이스와 협업해 만든 새 싱글 ‘성에 안 차’를 공개했다. 소위 ‘김치녀’를 겨냥하는 가사로 걸크러쉬(여성이 여성의 멋진 모습에 반하는 현상)를 노렸다지만 여성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방, 구두, 옷 등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여자들을 ‘골 빈 애’ ‘향기 없는 꽃’ ‘꼭두각시’ 등으로 묘사한 훈계조 가사가 불쾌감을 준다는 평가다.

키썸과 제이스가 부른 ‘성에 안 차’의 가사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안 차 안 차 안 차 성에 안 차 / 그렇게 많은 백을 갖고도 성에 안 차 / 옷장에 꽉 찬 옷을 보고도 성에 안 차 / 그렇게 멋진 남자를 만나도 성에 안 차 /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고 성에 안 차” “현기증이 나 네 개소리가 / 널 보면 미간에 주름이 좍 / 언니가 말한다 입 닫아 꽉 / 네 낯짝처럼 두꺼운 네 화장발” “여자니까 Shut Up / 같은 여자인 나 역하니까 / 빛나는 구두 위해 빚 나는 네 카드 영수증 / 높아진 콧대 그냥 뻔하지 너에게 연애는 만남이 아닌 거래 / 밑 빠진 독에 물 부어 줄 남자를 찾지 널 위한 현금 지급기 같은 / 그 누가 좋아할까 향기 없는 꽃” 등 여성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된장녀’에서 ‘김치녀’로 이름을 바꾼 낡은 여성 혐오 프레임이 ‘성에 안 차’의 가사에 그대로 녹아났다는 것이다. 이들이 걸크러쉬를 언급하며 주요 청취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여성 네티즌들은 오히려 이 노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많은 재화를 욕망하는 여성, 성형을 했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 지하철보다 차를 선호하는 여성들은 ‘성에 안 차’ 속에서 모두 남자들을 물로 보거나 현금 지급기로 취급하는 것처럼 표현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 노래의 화자인 키썸과 제이스 자신들은 ‘진짜배기’를 자처한다. ‘김치녀’를 응징하는 ‘개념녀’를 표방한 듯하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통쾌함보다 작사가의 얕은 문화적 인식일 뿐이다.

“아니 뭘 사달라고 조르면 안 사주면 될 걸 왜들 이래” “에이 명품백 들고 스타벅스나 갔다 와야겠다” “랜선 회초리질 보소” “제이스 언프리티랩스타 등장 때부터 명품 걸치고 나왔던 것 같은데 본인 저격?” “키썸 조던 모은다면서, 조던은 되고 구두는 안 되나 보다” “걸크러쉬 같은 소리 한다”는 등의 비판이 속출했다. “일부 여성들을 저격했을 뿐인데 왜 난리냐”는 의견도 나왔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