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제기에서 끝난 국정원 해킹 사건,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 400기가 분석결과 1차 발표

입력 2015-08-19 17:15
이동희기자 leedh@kmib.co.kr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이 국내 KT 인터넷 망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 설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그러나 한 달 전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출범한 이 위원회는 아무런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사실상 활동을 접었다. ‘IT 전문가’를 자처하며 안철수 의원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지만 실체적 진상 규명은 하지 못한 채 ‘향후 제도개선 노력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원이 2013년 7월부터 8월까지 KT 망을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거나 설치를 시도한 걸로 확인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3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IP 주소 3개는 국정원이 국내 인터넷 사용자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3개의 IP는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400GB(기가바이트) 분량의 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다. 그는 “한국과 관련된 부분을 계속 찾고 있다”며 “찾은 걸 보여드리고 있고 찾아내면 발표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위원회는 국정원이 SK텔레콤 IP 해킹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국정원은 “국정원 소유의 휴대폰에 실험한 흔적”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아울러 “내국인 사찰 의혹의 중요한 증거가 자동 소멸될 수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다시 촉구했다. 자신이 국정원에 요구한 각종 로그파일과 기록이 3~6개월이면 보관기간이 끝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민간인 해킹 의혹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료제출을 한사코 거부하는 국정원의 ‘모르쇠’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국정원에 요구한 해킹 프로그램 ‘로그파일’ 등 자료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로그파일들은 모두 국가기밀에 속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안 의원은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당 차원의 제도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위원회가 내놓은 해킹팀 유출자료 분석결과는 ‘장님 코끼리 더듬는 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은 진상규명 작업이 진척되지 않자 해킹 의혹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출구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안 의원과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의 활동이 지지부진하자,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전날 국정원과 정보위의 동시개혁을 새정치연합에 제안하며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국회 정보위에서 제도개선에 집중하다 보면 진상규명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당 혁신위원장 제안 등을 거절해왔다. 하지만 해킹 의혹에는 직접 위원장을 맡는 등 의욕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섰다. 안 의원은 국정원 해킹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까지 수용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