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중국 전승절 방문 불발되나…‘북중 움직임' 포착 안돼

입력 2015-08-19 17:21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 여부도 관심사인 상황이어서, 여기에 김 제1비서까지 가세할 경우 쉽게 찾아오지 않을 ‘깜짝 이벤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제1비서가 참석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악으로 치달은 북·중 관계에 회복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또한 김 제1비서의 방중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3년간의 북·중 관계를 되돌아보면 지금 당장 정상끼리 만난다고 풀릴 사정이 아니며, (김 제1비서 방중의) 사전작업이나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은 이어 “정상끼리의 만남을 추진한다면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줄만한 북한의 말이나 행동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북·중 관계는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일로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이수용 외무상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참석했지만 양자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제1비서가 지난달 말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전사자와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등 중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지만, 양자 관계는 여전히 불편한 상태로 지속됐다. 이후 북한은 “북남 사이에서 때에 따라 이편도 들고 저편도 드는 식으로 자기 안속을 차리는 외세”라며 중국을 우회 비난하기까지 했다.

김 제1비서 스스로가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기 힘든 처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집권 이래 정상외교 경험을 전혀 쌓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남북간 긴장감마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성 연구위원은 “김 제1비서는 양자 정상회담 또는 다자 외교무대 데뷔에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역시 긴장감이 가장 고조되고 있어 이런 악재를 두고 중국행을 결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고 했다.

김 제1비서는 불참하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 경우 북·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압박에 중국까지 가세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더더욱 ‘믿을 건 아무도 없다’ ‘우리 길은 우리가 찾는다’는 식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에 더욱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DMZ 도발에 이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다면 남북관계는 물론 북·중 관계까지 최악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