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했는데도 무죄?”…현실 외면한 판결 논란

입력 2015-08-18 21:23 수정 2015-08-19 00:54

성추행 피해자가 ‘성추행 당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강제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추행에 강제성이 없다면 기습을 당해야 강제 추행죄가 성립된다는 해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서울 서부지법 형사11부(심우용 부장판사)는 자신의 집에서 처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 안방에서 잠을 자려던 처제 B씨의 몸을 만지고, B씨가 다른 방으로 옮기자 따라가 다시 추행한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첫 번째 성추행은 피해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일어나 유죄를 인정했지만 두 번째 추행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B씨가 언니에게 형부 A씨의 행위가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점, B씨가 잠들지 않은 기색을 보이자 A씨가 바로 행동을 멈춘 점, B씨가 A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나가라'고 말한 점 등을 보면 A씨의 행위에 폭행이나 협박을 통한 강제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A씨를 피해 다른 방으로 옮겼지만 뒤따라온 A씨가 자신을 계속 추행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두 번째 추행은 기습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성추행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현실을 외면하고 너무 기계적인 법적 해석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