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가 추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가해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처제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로 기소된 조모(39)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 처제 A씨(25)의 몸을 만졌고, A씨가 성추행을 피해 옆방으로 옮기자 따라가 이불을 덮어주는 척하며 재차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첫 번째 성추행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지만 뒤 이은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을 통한 강제추행이라 보기 어렵고, 부주의를 틈타 저지른 기습추행으로 볼 수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따라 들어온 조씨가 계속해 추행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추행 사실이 언니에게 알려져 큰 문제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점, 추행 후에도 조씨의 집에 계속 머물면서 조카를 돌본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압박감이나 두려움까지 느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2004년 당시 14세였던 A씨의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것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법원, 성추행 예상했다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어
입력 2015-08-18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