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흥행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국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대부분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이 18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 27종(중학교 14종, 고등학교 13종) 가운데 유관순 열사를 제외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공헌을 수록한 것은 2종(중·고교 각 1종)에 불과하다.
3·1 독립만세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공헌을 언급한 역사교과서도 7종(중학교 5종, 고등학교 2종)으로, 전체의 25% 밖에 안됐다.
보고서는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유공자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교육 과정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이 균형잡힌 역사관을 함양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암살'이 재조명한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9종에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3·1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유관순의 공헌보다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된 김원봉의 공헌을 부각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6·25 전쟁의 전세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을 언급한 교과서도 중학교 1종, 고등학교 2종에 불과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만들어 향후 교과서를 개편할 때 교육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교육연구원은 작년 7∼12월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10명과 공동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보훈교육연구원은 오는 21일 통일미래사회연구소와 한국통일교육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보훈처와 문화일보가 후원하는 '나라사랑교육의 발전을 위한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중·고교 역사교과서, 여성 독립운동가 공헌 외면”
입력 2015-08-1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