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리스’ 오디션 가서 “성령이 오셨네~” 부른 이 배우…스타인헤븐

입력 2015-08-19 00:02 수정 2015-08-19 19:55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나는 여호와이니 이는 내 이름이라 나는 내 영광을 다른 자에게, 내 찬송을 우상에게 주지 아니하리라”(이사야 42장 8절)

2011년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정우성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브라운관에 데뷔한 배우 이은형. 그가 올해 상반기에는 TV소설 ‘일편단심 민들레’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2004년부터 3년간 모델로 활약했던 이은형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에는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그리고 영화 ‘크로싱’을 보면서 부터였다. 군대를 다녀와서 공백기에 중국 단동으로 단기 선교를 떠나게 됐던 이은형은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과 은혜로운 시간으로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은형은 “단동으로 선교를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은 하나님과 첫 사랑을 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내가 네 옆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고 마냥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중국 단동에 한 달을 있었어요. 거기 있으면서 선교사가 되고 싶었죠. 한 달 동안 단동에 남아 있던 선교팀 중에서 저를 제외하고 모두 선교사가 됐습니다. 그 만큼 그곳에서 강력한 주님의 임재가 있었어요.”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던 그는 막연하게 선교사의 꿈을 꾸었지만 주님의 이끄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얼마 전에 단동에서 영화 ‘크로싱’을 현지주민들과 보게 됐다. 그리고 그는 ‘크로싱’을 통해 문화사역자로의 주님의 이끄심을 어렴풋하게 깨닫게 됐다.

“어릴 때 막연하게 연기자를 꿈꿨는데 크로싱을 보면서 그 꿈이 확 다가왔어요. 크로싱을 중국 사람들, 북한 사람들과 같이 봤는데 그 분들과 대화가 잘 통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크로싱을 볼 때는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통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의 꿈을 직접적으로 실현시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기자로, 문화사역자로의 미래를 꿈꿨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이은형은 귀국해서 교회 연극부에 들어가게 됐다. 1년 정도 교회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교회에서만 살고 싶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라는 마음을 주셔서 이은형은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했고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모델과 교회에서의 연극과 찬양 외에 대중적인 노래와 춤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어떨 결에 그는 뮤지컬 ‘그리스’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곳에서 그가 부른 자유곡은 ‘성령이 오셨네’ 였다. “뮤지컬 넘버 아는 게 없어서 제가 교회에서 자주 불렀던 찬송을 불렀어요.”

이은형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운이 좋게 ‘그리스’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전문적으로 뮤지컬을 배운 적이 없어서 연습하는 내내 감독님은 저를 자르고 싶다고 하셨다”라며 “새로운 주인공을 구한다고 했는데 정말 괴로웠다. 첫 작품부터 주인공이 돼서 정말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이은형과 교체할 새로운 뮤지컬배우도 뽑혔지만 결국 그 배우가 하차하게 되고 이은형이 ‘그리스’의 주인공으로 남아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옥탑방 고양이’ ‘트루웨스트’ 등의 작품에 캐스팅돼 무대를 누볐다.

이후 뮤지컬에서 드라마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는 이은형은 ‘빠담빠담’에서 정우성의 아역으로 첫 드라마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은형은 “처음 드라마라서 지금 봐도 어색한 발연기를 했다”며 부끄러워했다.



‘빠담빠담’ 이후 TV소설로 컴백하기까지 2년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다. 정우성 아역으로 훤칠한 키와 잘 생긴 이목구비로 주목받아 다음 행보가 기대됐지만 주님은 그의 길을 잠깐 멈추셨다.

“단동 선교에서 이사야 42장8절 말씀을 받고 세상에 나아가 주님께 영광 돌리고 하나님만 보면서 살겠다고 했는데 무대 위에서 저한테 박수를 쳐주고 저를 주목해주니까 어느새 거기에 취했던 것 같아요.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내가 우상이 돼 있더라고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이은형은 하나님을 원망해보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했다. ‘금방 다시 시작하겠지’ 했지만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제가 베드로 같더라고요. 하나님을 위해서 죽겠다고도 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원망하는 나약한 저를 돌아봤습니다.”

주님이 이은형에게 신앙적으로 연단의 시간을 주신 것이 분명했다. 이은형은 원망의 마음을 내려두고 주님 앞에 나아가기로 결단했다. 매일 새벽기도와 운동, 연기 연습을 하면서 지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주님은 이은형의 기도에 응답하며 그를 회복시켜주셨다.

“하나님을 자랑하고 싶다고 하면서 어느새 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깨닫게 해주셨어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정말 나는 자랑할 것이 손톱만큼도 없는, 주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임을 깨달았습니다. 나에 대해 더 포기하고 내려두는 시간이었습니다.”

연단의 시간을 거쳤고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일편단심 민들레’의 촬영을 2월 말까지 무사히 마무리한 이은형. 그는 하반기 작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오디션을 보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에게 주님은 어떤 존재일까. 그는 “마냥 나를 예뻐해 주시고 내 말을 들어주시는 하나님이었는데, 지금은 훈계를 하기도 하시고 꾸짖기도 하시는 주님이세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를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내가 아닌 주님에게 영광 돌리는 배우가 되도록 죽을 때까지 기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