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공항 승객까지 운반책으로 이용한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페루와 멕시코 마약범죄 수사당국이 작년 4월 페루 수도 리마국제공항에서 귀국하는 한 멕시코인의 짐 속에 13㎏의 코카인이 숨겨진 사건과 관련해 구스만의 마약 조직 ‘시날로아'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엘 우니베르살이 현지시간으로 17일 보도했다.
당시 체포된 멕시코인은 자신의 짐 속에 든 코카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세관 직원들이 몰래 넣었다고 주장하자 페루 당국이 조사한 결과 세관원 3명의 소행으로 밝혀진 바 있다. 페루 당국은 세관원들을 추궁한 결과 시날로아 조직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수사 문건 내용을 인용해 엘 우니베르살은 전했다.
페루 정부는 이후 항공기를 이용한 마약 밀매 범죄의 예방과 세관 업무의 쇄신을 위해 공항 세관원 모두를 해고한 바 있다. 멕시코 연방검찰도 시날로아가 남미의 마약 생산지에서 이러한 형식으로 멕시코로 마약을 반입시킨 것으로 보고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의 보안업체들은 물론 세관과 외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과거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멕시코로 입국하는 승객들의 짐 속에 마약이 발견된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공항에서 항공기를 타려는 승객의 짐 속에서 발견된 마약의 분량은 20㎏이 넘는다고 엘 우니베르살은 설명했다.
구스만은 이미 미국과의 접경에 100개 가까운 땅굴을 파 마약을 밀매한 사실이 파악됐고, 항공기는 물론이고 기차와 요트, 심지어 잠수함까지 지상과 바다의 모든 운송 수단을 마약 운반에 이용했다는 미국 법원의 문건이 최근 밝혀진 바 있다.
구스만이 마약갱단의 조직원도 아닌 일반 승객의 짐 속에 마약을 넣어 운반했다면 출발지와 도착지의 공항 보안·세관 당국의 관계자들도 매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1월 첫 번째 탈옥으로 13년간 도주 행각을 벌이던 구스만은 작년 2월 검거됐으나 지난달 11일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도소를 다시 탈옥했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구스만이 독방에서 교도소 외곽의 한 건물까지 이어진 1.5㎞의 땅굴을 이용해 달아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멕시코 당국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콜롬비아 등지의 마약 범죄 수사기관, 인터폴이 공조해 구스만을 추적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구스만 마약 밀매의 끝판왕…땅굴 파고 승객 짐에 숨기고
입력 2015-08-18 07:59 수정 2015-08-18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