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간 성폭행’ 교사들이 ‘조직적 은폐’ 알고 봤더니

입력 2015-08-17 21:30 수정 2015-08-17 21:40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교실 안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교사들이 공모해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전북도교육청이 교사 등에게 징계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7일 전북도교육청이 내놓은 A특수학교의 재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학교 고교과정에서 학생 간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13년 7월 11일 오후 3시쯤. 오전 시험을 끝내고 2∼3학년이 한 반에 모여 자율학습을 하던 도중 2학년 여학생이 3학년 남학생을 성폭행했다. 교실 안에 다른 3명의 남학생이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일어났을 정도로 이들 학생 대부분은 심한 지적장애 등을 앓고 있었다.

한 교사를 이를 발견하고 출장 중인 부장교사를 통해 교장에게 알렸고, 학생들의 진술 등을 통해 사실이 확인됐다. 교장 등 사건을 알게 된 8명의 교사들은 곧바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학생 부모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다음날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학교 측은 “부모와 면담해보니 가해 여학생이 집안에서 성추행당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신 “교실 안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학생들과 교사의 진술은 보고서에서 모두 뺐다. ‘교내 성폭행’을 ‘가정 내 성추행’으로 왜곡한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이 감사에 나섰으나 미리 입을 맞춘 학교에서 의심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학교를 그만뒀다. 그 부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2년여 간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학교 측의 은폐와 왜곡은 교사들이 사건당시 거짓 출장 신고를 해놓고 회식을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은 퇴직을 앞두고 있어 불명예가 두려웠고, 교감은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부모와 도내 장애인단체의 요청으로 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재감사에 착수해 10개월여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최근 이들 교원들을 대상으로 1명은 정직 1개월, 3명은 감봉 1∼3개월, 2명은 불문경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도교육청 내부 관계자 5명에 대해서는 주의와 경고 등의 행정처분만 내렸다.

이에 전북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표현이 어려운 제자들의 약점을 악용해 사건을 은폐·왜곡하려 했다는 데 더욱 참담함을 느낀다. 그러나 교육청은 지도감독 부실과 직무유기에 책임이 있는 관료와 실무자에게는 면죄부를 줬다”며 “관련자들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추가감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